“감금틀 법으로 금지해야”… 시민단체 백만인 서명운동

입력 2016-06-17 19:33 수정 2016-06-17 19:45
대규모로 가축을 사육하는 일반적 농장들은 편의를 위해 감금틀을 사용한다. 닭은 ‘배터리 케이지’(위쪽), 돼지는 ‘스톨’로 불리는 감금틀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제공

중국인 관광객도 즐기는 치맥(치킨+맥주)과 회식 메뉴의 대표주자인 삼겹살은 어떤 과정을 거쳐 식탁에 오를까. 어릴 적 이야기책 속에 등장하는 농장을 생각하며 돼지와 닭이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먹이를 먹는 모습을 떠올릴지 모른다. 현실은 정반대다.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성지농장과 같이 대우를 받는 농장동물은 아주 일부다.

농장에서 사육되는 대부분의 닭은 ‘배터리 케이지(Battery Cage)’로 불리는 철창에서 평생을 산다. 좁은 철창을 높게 쌓은 형태의 배터리 케이지에서 닭 한 마리에게 주어진 공간은 A4용지 3분의 2 크기다. 좌우로도, 위아래도 전혀 움직일 틈이 없다. 날개 한 번 제대로 펴보지 못한 채 알만 낳다 죽어간다. 돼지라고 다르지 않다. 폭 60㎝, 길이 2m 크기의 감금틀인 ‘스톨’에 갇혀 몸을 제대로 뒤척이지도 못한다. 어미돼지들은 여기서 새끼만 낳다 도축된다.

꼬리가 잘리거나 송곳니가 뽑히는 일도 다반사다. 농장에서 돼지들은 장난삼아 꼬리를 물고 논다. 그러다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다른 돼지의 꼬리를 물어뜯는 이상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우리 안에 공, 폐타이어, 짚 등 장난감을 넣어주면 이런 증상이 나아지지만 대부분 농장에선 단미(꼬리 자르기)를 선택한다. 새끼돼지의 송곳니는 어미의 젖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뽑혀나간다. 닭의 부리도 서로 쪼는 것을 방지한다는 이유로 잘린다. 이 모든 일은 마취도 없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시민단체들은 아예 감금틀을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동물보호 시민단체 ‘카라(KARA)’는 지난해 10월부터 ‘공장 대신 농장을’이란 구호를 내걸고 감금틀 추방 백만인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카라는 2013년 5월 녹색당과 함께 ‘공장식 축산’을 권장하는 현행 축산법과 정부 정책이 동물학대는 물론 국민 안전과 건강을 위협하고, 환경오염과 기후변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며 헌법소원을 내기도 했다.

카라 김현지 팀장은 17일 “공장식 축산을 하는 대다수 농장은 항생제를 많이 사용하며, 농장 동물에 대한 항생제 남용 문제는 국내외에서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며 “항생제를 많이 맞은 고기가 사람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겠느냐”고 말했다. 김 팀장은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농장을 확대해 소비자에게 대안적 축산물을 알리는 것이 1차적으로 동물복지에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일부 국가에서는 동물복지의 한 방편으로 감금틀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동물복지 5개년 행동계획(2012∼2015)’을 수립하고 2012년 산란계(알을 낳는 닭)를 배터리 케이지에서 기르지 못하도록 했다. 이듬해엔 돼지의 스톨 사육도 금지했다. 미국의 일부 주(州)에서도 감금틀 사용을 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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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애 임주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