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경영비리 수사의 핵심 피의자인 남상태(66) 전 사장이 대우조선 손자회사에 외국인을 가장해 지분 투자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남 전 사장은 이 회사에 각종 특혜 지원을 해 수익을 끌어올린 뒤 수억원의 배당금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횡령·탈세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그의 대학 동창도 이 ‘짜고 치기 사업’에 끼어들어 잇속을 챙겼다.
대우조선의 설계부문 자회사인 디섹(DESC)은 2009년 10월 법정관리 상태였던 대우로지스틱스로부터 물류·운송업체 부산국제물류㈜의 지분 80.2%를 매입했다. 남 전 사장의 동창인 휴맥스해운항공 회장 정모(65)씨가 싱가포르에 세운 페이퍼컴퍼니 S사도 부산국제물류 지분 10%를 사들였다. 부산국제물류를 대우조선에 편입할 때부터 정씨의 편의를 봐준 것이라 할 수 있다.
부산국제물류는 2011년 7월과 11월 두 차례 80만주 유상증자를 하는데, 싱가포르 소재 N홀딩스가 40억원을 투자해 이를 모두 인수했다. N홀딩스는 지분 36.4%의 2대 주주가 됐고, 디섹의 지분율은 51%로 감소했다. N홀딩스는 유상증자 참여 목적으로 같은 해 4월 급조된 페이퍼컴퍼니였다. 역시 정씨가 설립을 주도했으며 S사와 사업장 주소가 동일하다. 검찰은 남 전 사장이 10억원대 자금을 투자해 N홀딩스 지분 4분의 1 정도를 가져간 사실을 확인했다. 신분을 감추기 위해 외국인 명의를 차용했다. 대우조선 최고경영자가 손자회사 격인 부산국제물류의 베일 속 주주가 된 것이다.
대우조선은 2010년 1월 기존 9개 해운업체와의 운송계약이 종료되자 부산국제물류와 일괄계약을 맺고, 부산국제물류와 다른 업체들이 개별 계약하도록 했다. 과거보다 10%가량 운송비가 올랐다. 이로 인해 남 전 사장이 재직한 2012년까지 대우조선 측은 약 98억원의 추가 운송비를 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대우조선은 2013년 12월까지로 돼 있던 물류센터 계약을 해지하고 2012년 1월 부산국제물류와 24% 인상된 가격에 새로운 이용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런 특혜적 조치 속에 부산국제물류는 대우조선에 인수됐던 2009년 22억원 적자에서 2010년 42억원 흑자전환했으며, 2014년에는 100억원가량의 순이익을 올렸다.
부산국제물류는 2011년 이후 매년 주주들에게 15∼42%씩의 고율배당을 실시했다. N홀딩스도 2011∼2014년 모두 24억여원을 배당으로 챙겼다. 이 가운데 수억원이 숨은 주주인 남 전 사장에게 건네졌다는 게 지금까지의 수사 내용이다.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정씨가 남 전 사장과의 금전거래 명목을 허위로 꾸미기 위해 서류를 위조한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 15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정씨가 남 전 사장에게 지속적으로 뒷돈을 공급하는 일종의 ‘스폰서’ 노릇을 했다고 본다. 검찰 관계자는 16일 “정씨의 횡령·탈세 등 혐의는 대우조선 사업과 관련된 내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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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호일 황인호 기자
blue51@kmib.co.kr
남상태, 대우조선 손자회사에 외국인 가장 지분 투자
입력 2016-06-17 04:32 수정 2016-06-17 1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