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1당 됐지만… 친박 “비대위 쿠데타” 폭발

입력 2016-06-17 04:00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16일 국회를 나서며 탈당 의원들의 일괄 복당 결정에 대해 “나는 묵비권을 행사했다”며 항변하고 있다. 뉴시스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가 ‘화합과 통합’을 이유로 탈당 의원들의 일괄 복당을 승인했지만 당은 도리어 격랑에 휩싸였다. 비박(비박근혜)계 내부 비대위원들의 주장이 관철되자 청와대와 친박(친박근혜)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고, ‘일부 비대위원들의 쿠데타’라는 격한 반응까지 쏟아내며 거세게 반발했다. 고위 당정청 회동이 취소되고, 김희옥 비대위원장은 거취 고민 의사까지 표명하면서 여권이 일촉즉발의 상황에 놓였다.

비대위는 복당 문제를 16일 처음 공식 의제로 올렸다. 친박 주류의 반대가 강했던 만큼 여권 내부에서는 비대위가 당일 결론을 도출해낼 수 있으리라는 관측은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복당 문제가 2시간여 만에 결정된 것은 비박계 위원들의 논리가 먹혀들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김영우 이학재 비대위원과 권성동 사무총장은 그동안 “복당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혁신을 얘기할 수 없다”며 일괄 복당을 주장해 왔다.

이날 회의에서도 일부가 선별 복당 등의 주장을 내세워 만장일치 합의가 되지 않자 11명 비대위원의 무기명 투표로 복당이 결정됐다. 일괄 복당을 찬성했던 3명 외에 다른 내부 비대위원들도 찬성표를 던졌다는 뜻이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복당 문제를 매듭지을지, 차기 지도부에 넘길지 의논했는데 ‘우리가 할 일’이라고 의외로 빨리 결론이 났다”며 “복당 문제를 언제 결정할지도 다수 위원들이 이날 하자고 의견이 모아졌고 여성 비대위원 한 분이 표결하자고 해서 다 자기 의견을 표시했다”고 말했다. 김희옥 비대위원장이 개표를 했고 비대위는 지상욱 대변인을 불러 이를 확인시켰다고 한다. 정 원내대표는 “김 위원장이 ‘민주적으로 공정한 과정을 거쳐 복당 문제를 결정했다’고 첨언도 했다”고 전했다. 정 원내대표는 묵비권을 행사하며 의견을 개진하지 않았다고 한다. 정 원내대표는 이후 곧바로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연락해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김 위원장은 비대위 결정 후 당사 회의실에 머물다 오후 3시쯤 총리실에 당정청 회동 참석 불가를 통보했다. 이후 김선동 비서실장을 통해 거취 고민을 시사하는 기자 브리핑도 열게 했다. 김 비서실장은 김 위원장이 복당 결정에 불만을 품은 것이냐는 질문에 “회의장 내에 여러 상황이 있었을 것이고 그에 대해 무거운 생각을 하게 된 것”이라며 “결과 자체에 대한 불만인지 (무기명 투표 등) 과정에 대한 불만인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다만 당정청 회동 취소가 거취 문제와 연계돼 있다고 했다. 여권 내부에선 “당정청 회동 취소는 사실상 ‘유승민 복당’에 대한 청와대의 비토”라는 말이 나왔다.

친박계는 패닉에 빠졌다. 김진태 의원은 유 의원을 겨냥해 “당을 수렁에 빠뜨린 문제의 원조 진앙”이라며 “당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인데 이런 분이 들어오면 단합은커녕 분란만 커진다”고 비판했다. 한 친박계 의원은 “황당해서 말이 안 나온다. (비박계가) 조직적으로 밀어붙이기를 했다”며 “복당이 그런 식으로 표결해 결정할 수 있는 문제냐”고 따졌다.

그러나 김영우 비대위원은 “비대위로서는 정말 혁신을 위해 할 일을 했다”며 “비대위원들의 견해가 가감 없이 개진됐고, 결정 시기와 방법, 내용에 대해서도 일일이 민주적인 무기명 투표에 따라 합리적으로 결정됐다”고 반박했다.

당내 비주류 대표 세력이자 여권 ‘잠룡’으로 평가받는 유 의원의 복당은 차기 당권 구도 재편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안상수 의원과 복당신청서를 아직 제출하지 않은 주호영 장제원 의원도 비박계로, 그동안 여러 차례 공천 파동에 대한 불쾌감을 드러내며 ‘쓴소리’를 내왔다. 총선 참패 책임론을 받고 있는 친박계로서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아픈 상처’가 다시 파헤쳐질 수 있는 셈이어서 ‘최경환 대세론’이 흔들릴 수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

당 고위 관계자는 “절차적 문제가 드러나지 않은 이상 복당 문제를 번복할 수 없다”며 “당분간 당청 관계는 삐걱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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