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심한 방사청… 자격미달 업체 선정 위해 평가기준까지 바꿔

입력 2016-06-17 04:02

방위사업청은 KF-16 성능개량사업을 추진하면서 입찰 자격을 갖추지 못한 부적격 업체를 선정한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16일 드러났다. 방사청은 체계통합을 맡을 업체로 영국 방위산업체 BAE시스템스의 미국 내 자회사인 ‘BAE시스템스 테크놀로지 솔루션 앤드 서비스(TSS)’를 선정했다.

당초 방사청은 입찰 참가 자격으로 미국 외 다른 나라에서 F-16 개량사업 실적을 요구했다. 하지만 TSS는 2011년 6월 터키와의 계약 실적을 제시했으나 사실상 단순 부품 납품에 불과해 사실상 자격 미달 업체였다. 하지만 방사청은 업체 평가 기준을 선정 직전 바꾸는 등 편법을 써 TSS가 낙점되도록 했다.

사업추진 방식에도 문제가 있었다. 2010년 12월 방사청은 입찰을 통해 낮은 가격을 제시한 업체를 선정한 뒤 미국 정부와 대외군사판매(FMS)를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미국 정부 조율 하에 군수물자를 외국에 판매해 품질보증을 책임지는 방식으로, 외국 정부가 군수업체와 직접 접촉하는 건 금지돼 있다.

그럼에도 방사청은 2012년 7월 TSS를 선정한 뒤 미국 정부와 FMS를 체결하려 했다. 미국 정부는 “방사청과 TSS 간 협상 가격에 (미국 정부는) 구속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후 미국 측은 업체를 록히드마틴으로 바꿀 것을 요구했다. 경험이 부족한 업체여서 사업비가 최대 21억 달러(2조4654억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등의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방사청은 미국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계약을 진행했다. 계약 과정을 둘로 나누기로 미국 측과 합의한 뒤 사전계획과 장기납품 지원활동 등 명목으로 1억8400만 달러(약 2155억원) 규모의 1차 구매수락서(LOA)를 2013년 9월 체결했다. 이 과정에서 방사청은 미국 측에 총사업비를 17억500만 달러(약 2조16억원)로 합의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

하지만 방사청은 2013년 11월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 총사업비가 17억 달러로 결정됐다고 허위 보고했다. 결국 2014년 9월 2차 LOA를 협상하면서 예산 범위를 훨씬 초과하는 24억 달러(약 2조8116억원)를 미국 측이 요구하자 방사청은 사업을 중단키로 했다. 지난해 12월 업체를 록히드마틴으로 변경한 뒤 총사업비를 19억2600만 달러(약 2조2611억원)로 정하기로 미국과 합의해 사업을 다시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사업비 8900만 달러(약 1044억원)가 집행된 후인 데다 사업 착수가 당초 2011년에서 4년 지연되는 등 KF-16 전력화에 차질이 빚어진 후였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