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A씨는 지난 2013년 9월 G성형외과에서 상담실장과 수술 상담 후, G성형외과 안면윤곽센터 소속 B 의사에게 안면윤곽수술을 받기로 결정했다. 수술 당일 B 의사는 수술을 잘해주겠다고 말했지만, A씨가 눈을 떴을 때 수술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하루 뒤 A씨는 안면 신경 등 불편함을 호소했지만 병원 측으로부터 ‘수술이 잘됐으니 걱정 말라’는 말을 들었다. 이후 부작용을 겪던 A씨는 2014년 8월 대한성형외과의사회로부터 본인이 ‘유령의사 피해자’라는 사실 전해 들었다. 현재 A씨는 정신적 충격으로 고통을 받는 것은 물론 장애 4급 판정을 받을 정도의 부작용으로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겪고 있다.
병원에서 최초 진료를 본 의사가 아닌 다른 사람이 수술을 하는 ‘유령의사(일명 쉐도우닥터)’ 문제가 법정에 섰다. A씨의 사례처럼 유령수술을 시행한 혐의로 경찰과 검찰이 지난해 G성형외과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재판에 넘겨지면서 지난 5월24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첫 공판이 열렸다. 앞서 검찰은 G성형외과에서 성형 전문의에게 환자들이 상담을 받게 한 뒤 다른 진료과 의료진에 수술을 맡기는 방식으로 33명의 유령수술을 한 사실을 적발해 원장 Y씨를 사기죄로 재판에 넘겼다.
특히 해당 병원의 유령의사 논란은 수년간 피해자들과 환자단체 등에서 꾸준히 의혹을 제기해 왔고, 성형외과의사회 등 의사단체에서도 자체 조사를 실시하는 등 논란을 빚었던 사건이다. 이와 관련 환자단체는 “병원의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환자동의 없는 집도의사 바꿔치기인 ‘유령수술’은 의사면허증, 외부와 차단된 수술실, 전신마취약을 이용한 최악의 반인륜범죄다. 의사면허제도의 근간을 뒤흔드는 신종사기이며, 의료행위를 가장한 상해행위와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또한 G성형외과에 대한 자체 조사를 펼쳐왔던 성형외과의사회도 유령의사를 발본색원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해왔다. 결국 검찰 수사로 의혹수준의 유령의사 실체가 드러났고 법정에 서게 됐다.
이번 재판과 관련 성형외과의사회 측은 유령수술의 경우 상해, 살인미수, 상해치사죄, 중상해 등으로 처벌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지난 공판에 G성형외과 측은 일부 지역에서 사무장병원(비 의료인이 의사의 면허를 빌어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경우)을 운영한 의료법 위반 혐의는 인정했지만, 대리수술(유령의사) 혐의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공판에서 G성형외과 Y원장 측 변호사는 “일부 의사가 상담의사 대신 수술을 했다면, 이는 담당의사(상담의사)의 개인적 판단에 의한 일탈 행위”라며 해당 병원은 유령의사 수술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한국환자단체연합회와 소비자시민모임이 지난해 발족시킨 ‘유령수술감시운동본부’ 측은 “유령수술은 그 어떠한 이유로도 위법성이 조각될 수 없는 명백한 범죄행위”라며 “검찰이 G성형외과에 대해 사기죄로만 기소하고, 상해죄에 대해서는 무혐의 불기소처분을 한 것은 심히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유령수술은 사기죄 이외에 상해죄로도 기소돼 법원으로부터 엄중한 처벌을 받도록 해야 근절될 수 있다”며 “의료계 내부에서 먼저 유령수술 의사를 중징계하는 자정 노력을 추진해 환자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오는 31일 서울중앙지방법원(형사11단독)에서 핵심 증인과 관련자들에 대한 심문을 중심으로 공판이 진행될 예정이다.
송병기 기자 songbk@kukinews.com
유령의사 “명백한 범죄행위… 상해죄로 처벌하라”
입력 2016-06-19 20: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