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색 바탕의 유엔 깃발 위로 동전이 하나둘 떨어졌다. 더러 한두 장씩 지폐도 던져졌다. 예멘 수도 사나의 유엔 건물 앞에 모인 수십명의 예멘 어린이는 그렇게 유엔을 위해 모금운동을 했다(사진).
현지 어린이들이 모금에 나선 것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유엔기금 철회 압력에 굴복해 ‘아동인권침해 블랙리스트’에서 사우디와 아랍 연합군을 제외한 것을 꼬집기 위한 것이라고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당초 유엔은 지난 2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예멘 내전에서 발생한 1177명의 어린이 사상자 가운데 60%가 사우디가 주도하는 아랍 연합군에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사우디가 반발하자 유엔은 지난 6일 “정확한 사실조사가 필요하다”며 사우디와 아랍 연합군을 블랙리스트에서 제외했다.
특히 지난 9일 반 총장이 직접 기자회견을 통해 이 같은 조치가 사우디의 자금 압력에 굴복한 것 때문이라고 시인하자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국제앰네스티 등 인권단체들은 반 총장에게 사우디를 블랙리스트에 다시 올릴 것을 촉구하는 항의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예멘 어린이들의 모금 운동은 이런 반 총장의 결정을 비꼬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유엔이 돈의 힘에 굴복해 블랙리스트를 수정하지 않도록 자신들이 돈을 모으겠다는 것이다.
예멘 내전은 이란의 지원을 받은 시아파 후티 반군이 지난해 3월 사나의 대통령궁을 습격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수니파 맹주인 사우디는 예멘의 수니파 정부를 지켜내기 위해 참전했지만, 무리한 공습으로 민간인 피해가 속출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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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6-16 19:36 수정 2016-06-16 20: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