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외화보유비율 의무화… 내년부터 ‘외화 방어막’ 친다

입력 2016-06-16 18:06 수정 2016-06-16 18:53
금융위기와 같은 대외 충격이 와도 은행들이 외화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외화 보유비율을 의무화하는 방안이 내년부터 시행된다.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금융감독원은 16일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외환건전성 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그동안 권고사항이었던 외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을 규제로 새롭게 도입해 내년부터 시행키로 했다. LCR은 30일간 외화가 빠져나가는 상황을 가정하고, 은행들이 즉시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는 외화자산(현금, 외화지급준비금 등)을 비율로 정한 지표다. 평소 충분한 외화자금을 확보하고 있다가 금융위기가 터져 시중에 외화자금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면 수출업체 등에 외화유동성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조치다.

내년부터 시중은행은 60% 규제(2019년까지 80%)를 받는다. 30일간 빠져나갈 달러화가 10억 달러라면 시중은행이 6억 달러를 확보해야 한다는 의미다. 기업·농협·수협은행은 규제 비율을 40%에서 시작해 매년 20%씩 상향 조정하며, 산업은행은 60%까지만 올린다. 외국계은행 국내 지점과 수출입은행, 외화 부채가 5억 달러 미만인 전북·제주·광주은행 등은 LCR 규제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정부는 위기 시 LCR 규제를 지키느라 은행들이 실물부문 외화 공급을 줄이지 않도록 규제비율을 완화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2010년 외환시장을 안정화하기 위해 도입된 선물환포지션 한도 규제는 다음 달부터 규제 상한을 높이기로 했다. 당초 미국의 양적완화 영향으로 단기외채가 급격히 늘어나는 것을 우려해 도입됐지만 최근 외환시장은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 등 자금 유출 압력이 커지는 점을 고려했다. 국내은행의 선물환포지션 비율은 30%에서 40%로, 외국계은행 국내 지점은 150%에서 200%로 상향 조정된다. 은행의 선물환포지션 한도를 높이면 자금 유입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선물환포지션 한도 규제가 외화자금 총량을 관리하는 거시건전성 조치라면 외화 LCR은 변동성 관리보다는 위기에 대비해 실물외화자금 공급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상진 김지방 기자 shark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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