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초 ‘불법 영어교육’ 무더기 적발 1∼2학년 영어말하기대회도

입력 2016-06-16 18:19
서울 A사립초등학교는 1, 2학년 정규교과 시간을 빼고 영어 수업을 넣었다. 영어 수업을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인 것처럼 꾸미려고 학부모 전원으로부터 ‘영어 방과후학교 신청서’를 받았다. 희망 학생에 한해 운영돼야 하는 방과후학교 영어 수업이 사실상 ‘필수 수업’으로 둔갑했다.

B사립초는 3∼6학년 영어수업을 476시간 편성했다. 초등학교에서는 최대 407시간 영어수업을 편성하도록 돼 있는데 규정을 위반했다. 1, 2학년생에게는 영어 말하기대회를 열고 영어 능력을 평가해 성적표를 발행했다. 학부모들은 자녀가 뒤처지지 않도록 영어학원으로 달려가거나 과외 교사를 찾아야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관내 사립초 39곳의 영어교육 실태를 점검해 ‘불법’ 선행학습을 하는 학교 15곳(중복 포함)을 적발했다”고 16일 밝혔다. 사립초들은 대놓고 법과 규정을 위반하고 있었다. 학교들은 1∼2학년 정규수업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방과후수업인 것처럼 꾸몄다. 초등학교 정규 영어 수업은 3학년 때 시작된다. 하지만 ‘공교육정상화법’(선행학습금지법)에서는 방과후수업에 한해 영어수업이 가능하도록 예외 규정을 뒀는데 이점을 악용하고 있었다. 이런 학교가 7곳이었다.

10개 학교는 1, 2학년을 대상으로 영어 말하기대회와 인증제를 실시하다 적발됐다. 학생에게 말하기·듣기·쓰기 등 영어능력 등급을 부여하고 상을 주는 과정에서 과도한 경쟁을 유발해 공교육정상화법에서는 금지하고 있다. 3∼6학년에서 과도하게 영어 수업을 편성했다가 적발된 학교는 4곳이었다.

서울교육청은 방과후학교 규정을 위반한 7곳에 대해 기관주의나 경고를 내리고 시정조치를 요구했다. 나머지 8곳은 이달까지 시정계획서를 내도록 했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영어교육에 특화된 학교란 점을 학부모에게 홍보하려고 법을 위반하고 있었다”며 “이 학교들을 2학기에 다시 점검해 시정되지 않은 곳은 특별감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