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롯데 전방위 수사하면서 왜 롯데물산만 안 하나… 대규모 ‘부패 게이트’로 확대 부담?

입력 2016-06-16 18:09 수정 2016-06-16 18:45
롯데그룹 비자금 의혹을 전방위 수사 중인 검찰이 유독 ‘롯데물산’을 압수수색 대상에서 제외한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검사 조재빈)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손영배) 등은 두 차례에 걸쳐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 17곳을 압수수색했다. 대상에는 롯데그룹 정책본부와 호텔롯데, 롯데케미칼, 롯데건설 등 비자금 조성 및 부당한 내부 자산거래 의혹을 받고 있는 주요 계열사들이 망라됐다.

하지만 롯데물산에는 아직까지 검찰 수사의 칼날이 미치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롯데물산이 비자금 조성 의혹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는 것도 아니다. 검찰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치부 수단’으로 롯데물산 주식이 사용돼온 점에 주목하고 있다.

호텔롯데는 2009년 12월 신 총괄회장으로부터 롯데물산 주식 10만주를 매입했다고 공시했다. 이때 주당 4만5614원을 적용했다. 반면 당시 롯데칠성음료·롯데제과는 사업보고서를 내면서 자신들이 보유한 롯데물산 주식의 주당 가치를 1만6400원 정도로 책정했다. 호텔롯데가 신 총괄회장 주식을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에 사들여 이득을 안겨준 셈이다.

2010년 호텔롯데와 롯데쇼핑, 롯데미도파, 롯데역사는 스위스 소재 페이퍼컴퍼니 로베스트가 보유한 롯데물산 주식을 배 정도 비싼 값에 사겠다고 공시하기도 했다. 로베스트의 소유주는 신 총괄회장이다. 이 거래에 따른 이익도 신 총괄회장에게 귀속된다. 때문에 자금 추적이 어려운 해외 페이퍼컴퍼니인 로베스트가 롯데그룹 수뇌부에 향하는 비자금의 ‘저수지’ 역할을 하지 않았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롯데물산은 또 다른 의혹에도 등장한다. 일본 계열사와의 거래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심을 받는 롯데케미칼의 최대주주는 지분 31.27%를 보유한 롯데물산이다.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의 피의자로 구속된 노병용 롯데물산 대표는 신동빈 회장의 최측근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검찰은 롯데물산을 상대로 증거 확보 절차를 진행하지 않은 데 대해 “뚜렷한 범죄 혐의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검찰이 ‘제2롯데월드’ 수사의 부담감 때문에 롯데물산 조사를 늦추고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제2롯데월드 시행사인 롯데물산을 수사할 경우 필연적으로 제2롯데월드 허가를 둘러싼 이명박정부 시절 정·관계 로비 의혹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 이렇게 되면 검찰의 롯데그룹 비자금·경영비리 수사가 전·현 정권 및 정치권을 겨냥한 대규모 ‘게이트’로 확대될 수도 있다. 검찰이 수사 필요에 따라 압수수색 시기를 늦추며 롯데물산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제는 롯데그룹의 증거인멸 정황이다. 검찰은 롯데그룹 계열사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 이전부터 롯데그룹의 조직적인 증거인멸 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롯데물산에 대한 강제수사 착수 시기가 늦어질수록 확보할 수 있는 증거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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