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돈 걱정·사람 근심 ‘겹친 악재’… 울고 싶은 농협은행

입력 2016-06-17 04:02

농협금융지주에 악재가 쌓이고 있다. NH농협은행은 16일 농협중앙회 주관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에 조선·해운업 여신 현황을 7조6456억원 규모라고 보고했다. 현대삼호중공업 1조519억원 등 당초 알려진 5조원대보다 2조원가량 늘어난 액수다. 조선·해운사 부실에 따른 충당금(돈 떼일 것에 대비해 준비하는 자금) 부담으로 적자 경영이 불가피한데, 감사원 감사로 김용환 농협금융 회장에 대한 ‘CEO(최고경영자) 리스크’까지 겹쳤다. 농협중앙회에 지급하는 ‘명칭사용료’도 해결 여부가 불확실해 어려움이 커질 전망이다.

CEO는 성실경영 위반, 비위 통보

감사원은 15일 국책은행 감사 결과를 발표하며 김 회장에 대해 “수출입은행장으로서 당연히 준수해야 할 성실경영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며 “인사조치가 필요하나 2014년 2월 6일 임기만료로 퇴직해 그 비위 내용을 통보하니 기획재정부 장관은 인사혁신처에 통보하라”고 명령했다. 2011년부터 3년간 수출입은행장을 지낸 김 회장은 구조조정 중인 성동조선 경영관리를 게을리해 2013년에만 최소 588억원의 영업손실을 내게 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이번 조처로 김 회장은 지난해 농협금융 회장에서 금융위원회 수장으로 간 임종룡 금융위원장처럼 공직에 복귀할 길은 막혀버렸다. 또 이런 리더십으로 김 회장이 직접 밝힌 ‘빅 배스(대규모 부실 털기)’ 실천이 가능할지도 미지수다. 김 회장은 7월 새 이사진이 구성되는 농협중앙회를 설득해 농협은행의 충당금 적립과 단위조합에 대한 배당 감소를 관철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2분기 대규모 적자 불가피

법정관리에 들어간 STX조선 등 조선사 관련 충당금으로 주력 계열사인 농협은행의 2분기 실적도 적자가 예상된다. 농협은행은 대우조선해양에도 약 1조4947억원의 여신을 제공한 상황인데, 여신 분류등급을 최상위인 ‘정상’으로 분류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농협은행은 5대 취약업종(조선·해운·철강·석유화학·건설) 여신 비중이 8.4%로 일반은행 평균(10.2%)보다 낮지만 조선업 여신 비중이 2.7%로 매우 높다”며 “조선업 여신에 대해 2분기 중 충당금을 적립할 예정이어서 분기 적자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부실흡수 여력을 나타내는 고정이하여신(부실채권) 대비 충당금 적립 비율의 경우 농협금융은 지난해 말 기준 85.5%로 다른 금융지주의 절반 수준에 불과해 추가 충당금 적립 부담이 크다.

명칭사용료, 태생적 한계?

농협금융은 명칭사용료 부담이 커 다른 금융지주보다 당기순이익이 낮다는 한계도 있다. 농협법상 명칭사용료 조항에 따르면 중앙회는 영리법인에 대해 영업수익(매출액)의 2.5% 범위 내에서 사용료를 받을 수 있다. 농협금융이 지불한 명칭사용료는 2012년 4351억원, 2013년 4535억원, 2014년 3315억원, 2015년 3525억원 규모다. 대부분은 농협은행이 낸다. 지난해 농협은행이 낸 명칭사용료는 3052억원이다.

백상진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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