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화분 하나를 선물 받아 사택 뒷마당에 둔 적이 있습니다. 장미는 그저 하나의 꽃일 뿐 저에게 어떤 추억이나 감흥이 없는 존재였습니다. 그런데 장미 화분에서 연분홍빛의 장미 한 송이가 만개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침마다 선선한 바람을 타고 온 집안에 장미의 향기를 선물하기 시작했습니다.
평온의 일상에 스며든 장미의 향기가 저의 무심한 마음을 출렁거리게 만들었습니다. “어쩜 저 작은 한 송이 장미가 온 주변을 자신의 향기로 가득 채울 수 있을까?” 문득 “너희는 그리스도의 향기”(고후 2:15)라는 성경의 한 구절이 생각났습니다. 집안에 가득 찬 장미향을 통해 그 말씀을 묵상해 보니 진한 향기로 그 의미가 전해지는 듯 했습니다.
‘저 장미 꽃처럼 우리의 주변에 이러한 향내를 선물하는 교회가 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지역교회가 지역사회에 그리스도의 향기를 짙게 풍겨내지 못한다면 맛을 잃은 소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지역 주민들에게 또 하나의 교회일 뿐일 것입니다. 그런데 그 교회가 그리스도의 향기를 머금고, 짙은 복음의 향기를 이웃에게 전한다면 사람들의 마음을 출렁거리게 만들 것입니다. 그들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될 것입니다. 그래서 지역 교회에는 반드시 그리스도의 사랑의 향기가 나타나야 합니다. 지역교회는 결코 교회가 속한 지역사회에서 고립돼서는 안 됩니다.
복음서에 보면 예수님께서 성전을 청결케 하시는 사건이 등장합니다. 당시 예루살렘 성전 안에는 순례자들을 위한 제물 시장이 열렸습니다. 대제사장의 소유였던 이 시장은 성전 안에까지 들어와 있었습니다. 제사장과 상인들은 서로 협약을 맺어 제물 시장에서 구입한 제물만 제사용으로 승인하는 부도덕한 매매를 했고 이를 통해 얻은 이익을 나눠가졌습니다. 이 시장이 위치한 곳이 이방인의 뜰이었습니다. 상인들이 이방인의 뜰을 차지하고 접근을 막았던 것입니다. 그 결과 이방인이 하나님께 나아가는 길은 애초에 차단됐습니다. 예수님은 강도의 소굴로 막혀 버린 이 길을 뚫으셨습니다. 만일 예수님께서 동일하게 오늘날 한국의 지역교회를 방문하신다면 어떤 결과가 생겨날까요?
어쩌면 오늘날 동일한 죄악이 한국 지역교회에 일어나고 있는지 모릅니다. 세상과 하나님을 연결하는 가교의 역할을 감당하지 못한 결과를 오늘날 한국교회는 절감하고 있습니다. 한국교회는 내부에 존재하는 모든 세속화된 모습을 교회 밖으로 몰아내고 세상과 단절된 교회의 모든 장벽을 제거하는 노력을 감내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얼마 전 저희 삼광교회에서 지역사회를 위한 바자회를 열었습니다. 그리고 그 수익 대부분을 지역사회의 불우한 이웃들에게 환원했습니다. 지역과 소통하려는 작은 노력에 불과합니다. 이처럼 그리스도의 사랑의 향기를 전하기 위해서 교회는 교회 안으로부터 바깥으로 사역의 방향을 확장시켜 지역을 섬기는 교회가 돼야 합니다. 더불어 주님의 명령에 복종해 세상 속에 스며들며 세상의 소금과 빛이 되고 복음을 이웃에게 자연스럽게 나누어야 할 것입니다.
[월드비전 나눔설교] 장미의 향기
입력 2016-06-16 20:42 수정 2016-06-23 1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