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역외탈세 뿌리뽑아야 조세정의 바로 선다

입력 2016-06-16 19:25
국세청이 역외탈세에 대해 칼을 빼들었다. 국세청은 36명의 역외탈세 혐의자를 세무조사한다고 15일 밝혔다. 올해 초 역외탈세범 25명에게 2717억원을 추징한데 이어 상반기에만 벌써 두 번째 조사다. 이번에는 지난 4월 공개된 조세회피처 유출 자료인 ‘파나마 페이퍼스’ 명단에 이름이 오른 한국인 중 10여명도 포함됐다. 184명의 한국인 명단 가운데는 페이퍼컴퍼니를 만든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 재헌씨를 비롯해 아모레퍼시픽 회장 일가와 포스코, 현대로템 등 대기업 관계자도 있다. 이번 조사 대상자들은 해외에 숨긴 재산을 6개월(지난해 9월∼올해 3월) 동안 자진신고하면 가산세 및 과태료 부과와 명단 공개를 면제하겠다는 국세청의 권고를 거부했다는 점에서 세무조사 수위가 어느 때보다 셀 것으로 보인다.

역외탈세는 단순한 조세포탈이 아니다. 국부가 빠져나가는 최악의 조세 범죄다. 국내에서의 탈세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세무검증 등으로 바로잡을 수 있지만 소득이나 자산이 해외로 유출되면 세금 부과를 통한 환수가 쉽지 않다. 특히 역외탈세는 기업 사주, 대자산가, 고소득 전문직, 유명인 등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주로 연루된 데다 추징 세액이 1인당 대략 100억원을 훌쩍 넘기는 거액의 탈세란 점에서 국민들의 박탈감은 더욱 크다. 국세청이 어느 때보다 이번 조사를 엄정하게 실시해야 하는 이유다. 국세청은 세금 추징에 그치지 말고 조세범처벌법을 폭넓게 적용해 적극적으로 검찰에 고발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조사 결과 발표 시 명단도 공개해야겠다. 헌법적 가치인 납세의 의무를 어기고 대다수 성실한 납세자들을 우롱하는 이들의 개인정보를 구태여 보호할 이유가 없다.

역외탈세는 수법이 갈수록 지능화돼 추적이 어렵다는 데 고민이 깊다. 국세청이 수년 전부터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전담팀을 구성해 대처하고 있지만 보완할 점이 적지 않다. 내부적으로는 인사 혜택 및 예산 지원을 통해 우수한 직원이 해당 업무에 몰릴 수 있도록 해야겠다. 은밀하게 이뤄지는 역외탈세는 내부 제보가 상당히 중요하다. 때맞춰 국세청이 역외탈세 제보 등에 최대 30억원의 포상금을 지급키로 한 것은 바람직한 조치로 보인다.

역외탈세는 세무 당국의 노력만으로는 성과를 거두는 데 한계가 있다. 범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지난 1일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의 ‘법질서 관계장관회의’에서 역외탈세 방지 대책이 집중 논의된 것은 다행이다. 정치권의 협조도 요구된다. 외국과의 세무 및 금융 정보 공조에 반드시 필요한 관련 법률들이 20대 국회에서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 역외탈세가 사라지지 않는 한 조세정의는 결코 실현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