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러 외교 마찰로 비화된 훌리건 난동

입력 2016-06-16 19:35 수정 2016-06-16 20:55
‘유로 2016’ 러시아대 잉글랜드 경기가 열린 지난 11일(현지시간) 프랑스 마르세유 스타드벨로드롬 경기장 인근에서 난동을 부린 축구팬이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AP뉴시스

훌리건(과격한 축구팬)이 일으킨 난동이 국가 간 외교 갈등으로 번졌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에 따르면 러시아 외무부는 15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주재 프랑스대사를 소환해 프랑스 정부가 러시아 축구팬에게 차별적 제재를 가하고 있다며 항의했다.

‘유로 2016’ 대회가 열리는 프랑스에서는 최근 러시아 훌리건이 잉글랜드 팬들과 충돌해 수십 명이 다치는 등 대규모 소요가 이어졌다. 프랑스 경찰에 따르면 지난 11일 러시아와 잉글랜드 대표팀이 경기를 치른 마르세유에서는 ‘잘 훈련된’ 러시아 훌리건 150여명이 격투글러브와 쇠파이프로 무장하고 조직적으로 상대 팬들을 공격한 뒤 달아났다. 다친 35명은 대부분 잉글랜드 팬이었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프랑스 경찰은 15일 열릴 러시아와 슬로바키아 경기를 맞아 12일 릴로 향하던 버스를 세워 탑승자 43명을 체포했다. 르몽드는 이 중 32명이 최대 48시간 구류됐다고 전했다. 릴에서는 15일 잉글랜드 팬들이 영국 국가를 개사해 “너희들은 마르세유에서 어디 있었나”라고 노래하는 등 러시아 팬들을 자극해 충돌이 일어나 최소 36명이 체포됐다. 프랑스 경찰은 잇따른 충돌에서 체포된 러시아 훌리건을 추방할 예정이다.

프랑스대사를 소환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프랑스 경찰의 대처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발했다. 라브로프는 러시아 팬 중 일부가 난동을 부린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체포 전에 러시아대사관이나 마르세유 총영사관에 통보됐어야 했다”며 러시아 팬들이 타국 팬들에 비해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훌리건의 본고장은 잉글랜드지만 이들과 맞붙은 러시아 훌리건의 악명도 자자하다. 4년 전 유로 2012에서도 이들은 개최국 폴란드에서 난동을 부렸고,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도 러시아가 일본에 패한 뒤 모스크바에서 난동을 부려 2명이 죽고 약 50명이 다쳤다. 유럽축구연맹(UEFA)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러시아에 실격유예 조치를 내리고 벌금 15만 유로(약 2억원)를 부과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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