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銀 첼시 리 ‘국적 사기극’ 충격… 女농구 사상 첫 全 경기 몰수패 가능성

입력 2016-06-16 20:35

첼시 리(27·KEB하나은행·사진) 국적 사기극 사태로 한국 여자농구가 쑥대밭이 됐다. 한국 프로스포츠 사상 첫 전 경기 몰수패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은 16일 재정위원회를 열고 첼시 리 사건에 대해 논의했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하고 마쳤다. WKBL이 주저하고 있는 것은 이번 일이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었던 전대미문의 사건이기 때문이다.

앞서 전날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는 첼시 리가 제출한 자신과 아버지라고 밝혔던 제시 리의 출생증명서가 위조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첼시 리는 지난 시즌 해외동포선수 자격으로 하나은행에서 뛰었다. 여자프로농구는 부모나 조부모가 한국 국적자일 경우 국내 선수와 같은 신분으로 뛸 수 있도록 하는 해외동포선수 규정을 가지고 있다. 첼시 리가 아버지라 제시한 사람은 아예 실존인물도 아니었다. 한국 국적이었다는 할머니 이씨의 사망증명서는 진본으로 확인됐지만 그는 첼시 리와는 전혀 관계가 없었다.

이런 사기극은 일찌감치 예견됐다. 지난해 일부 구단에선 첼시 리의 출생에 대해 상당한 의심을 품었다. 앞서 그를 영입하려고 했던 여러 구단은 첼시 리가 한국계라는 사실을 증명할 서류를 확보하지 못했다. 이 와중에 하나은행이 첼시 리를 영입한 것이다. 첼시 리도 여러 인터뷰에서 이런 의혹을 부채질했다. 외모가 다르다는 지적에는 “나는 어릴 때 입양됐다”고까지 했다.

이에 따라 하나은행과 WKBL에 대한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하나은행과 WKBL은 선수 신분을 확인할 때 기본이 되는 가족관계증명서를 받지 않았다. 또 여러 구단에서 의혹을 제기할 때마다 선수를 빼앗긴 팀들의 하소연쯤으로 여기고 사태를 정리했다. WKBL은 올해 초만 해도 “몇 개월에 걸쳐 수차례 확인했다. 서류에 어떠한 문제도 없다”고 했다.

하나은행은 법원에서 최종적으로 문서 위조가 판명된다면 장승철 구단주가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임하기로 했다. WKBL은 지난 시즌 첼시 리의 기록 삭제는 물론 구단 전 경기 몰수패 처리도 검토 중이다. WKBL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법률 자문과 자체 진상조사를 벌이고 있다”며 “연맹의 공신력을 크게 훼손한 자에게는 엄중하고 단호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첼시 리는 현재 미국에서 우리 검찰의 수사에 불응하고 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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