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유승민 의원을 비롯한 친여 무소속 의원 7명의 일괄 복당 문제를 둘러싸고 극심한 자중지란에 빠졌다. 혁신비상대책위원회가 16일 복당을 신청한 유승민, 윤상현, 안상수, 강길부 의원의 입당을 승인하고 주호영, 장제원, 이철규 의원도 복당을 신청할 경우 이에 준해 처리하기로 결정하면서 사달이 났다. 친박은 ‘배신의 정치’로 낙인찍힌 유 의원 복당을 ‘비대위 쿠데타’로 규정하며 강력 반발했다. 총선 이후 하루도 바람 잘날 없는 새누리당이다.
청와대는 물론 당내 의견 조율을 충분히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유 의원 복당을 서둘러 결정한 게 화근이었다. 만장일치가 아니면 거센 후폭풍이 뻔히 예상되는데도 혁신비대위가 무기명 비밀투표로 밀어붙인 탓이다. 리더십이 존재하지 않는 새누리당의 현주소다. 더욱이 김희옥 비대위원장이 사퇴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지도부 공백상태가 재연될 지경에 이르렀다. 오늘 예정됐던 고위 당정청회의도 김 비대위원장이 불참을 통보하면서 취소됐다.
친박은 대통령 탈당 및 분당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대통령과 유 의원 가운데 한 명을 택하라는 비박에 대한 협박이며, 분당하는 한이 있더라도 유 의원과 당을 함께할 수 없다는 최후통첩에 다름 아니다. 이로써 계파 청산을 선언한 지난 10일의 정책 워크숍은 완벽한 정치 쇼였음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 새누리당을 ‘친박사당(私黨)’으로 만들 생각이 아니라면 공언한 대로 딴살림을 차리는 게 훨씬 낫다. 이를 결행할 자신감도 없으면서 걸핏하면 분당카드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것은 비겁하다.
유 의원 복당은 당의 공식 절차를 거쳐 결정됐다. 유 의원보다 당대표에 대한 저질 욕설 파문으로 물의를 일으킨 윤상현 의원 복당에 여론이 훨씬 비판적이라는 사실을 친박은 알아야 한다. 친박이 윤 의원 복당엔 침묵하면서 정치적 희생양인 유 의원만 문제 삼는 행위는 계파정치를 계속하겠다는 뜻으로밖에 해석이 안 된다. 유 의원 복당이 불가하다면 공식 절차에 따라 문제를 제기하면 된다. 친박이 절차를 깡그리 무시하고 오로지 수적 우세를 무기삼아 모든 걸 힘으로만 해결하려고 하니 새누리당 혁신이 겉도는 것이다. 친박의 행태는 대통령에게 도움은커녕 누가 될 뿐이다.
[사설] 친박 횡포에 바람 잘 날 없는 새누리
입력 2016-06-16 19:26 수정 2016-06-16 2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