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두 번째 메이저대회인 US오픈이 열리고 있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의 오크몬트 골프클럽에선 숱한 명승부가 나왔다. 1903년 개장해 113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만큼 진 사라센, 벤 호건, 잭 니클라우스(이상 미국) 등 수많은 ‘전설’들이 기쁨과 눈물을 흘렸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홈페이지는 ‘오크몬트의 잊을 수 없는 순간 톱 10’을 공개했다. 1위는 니클라우스였다. 니클라우스가 프로 첫 해였던 1962년 US오픈에 나섰다. 당시 세계 최고 골퍼는 메이저 5승을 수확한 아널드 파머. 니클라우스는 오크몬트에서 파머를 꺾는 이변을 연출했다. 특히 대역전극이라 더욱 짜릿했다. 니클라우스는 최종 라운드에서 파머에 마지막 4개 홀까지 무려 4타 차로 뒤지고 있었다. 이제 우승은 파머가 따놓은 당상. 그런데 니클라우스가 7, 9, 11번홀 버디로 동타를 만드는 기적을 연출했다. 결국 연장혈투 끝에 니클라우스가 기어코 우승을 차지했다.
2위는 호건이 차지했다. 1953년 US오픈에서 호건은 샘 스니드(미국)의 추격을 따돌리고 6타 차 대승을 일궈 마스터스에 이어 메이저대회 2연승을 거뒀다. 그는 한 달 후에는 브리티시오픈까지 휩쓰는 기염을 토했다. 한 해에 그랜드슬램을 기록할 수 있었지만, 당시 PGA챔피언십이 브리티시오픈과 같은 기간 열리는 바람에 호건은 한 해 세 개의 메이저 타이틀에 만족해야 했다.
조니 밀러(미국)은 1973년 PGA챔피언십에서 밀러는 3라운드까지 파머 등 공동선두 그룹에 6타나 뒤졌다가 최종 라운드에서 63타라는 코스 레코드를 써내며 극적인 역전우승을 거뒀다. 밀러의 메이저대회 63타는 아직도 깨지지 않는 기록이다. 1978년 PGA챔피언십에선 존 마하피(미국)가 짜릿한 뒤집기 쇼를 펼쳤다. 브리티시오픈 5승에 빛나는 톰 왓슨(미국)이 5타 차 선두로 마지막 라운드에 나섰지만 마하피가 66타를 쳐 73타에 그친 왓슨과 동률이 됐고, 연장전에서 마하피가 승리를 거뒀다. 골프의 전설 진 사라센(미국)이 20세 5개월 22일이라는 역대 최연소 PGA챔피언십 우승 선물을 준 곳도 오크몬트였다.
오크몬트에선 ‘깜짝 우승’도 많이 나왔다. 1986년 US오픈에선 당시 래리 넬슨(미국)이 왓슨을 꺾고 우승을 차지해 일약 스타가 됐다. 두 번이나 오크몬트에서 눈물을 흘린 왓슨을 영국 텔레그래프가 ‘최악의 낙담자’로 선정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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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6-16 20: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