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의 부실이 급격히 커진 데는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의 책임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은행이 2013년 1조5000억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적발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대우조선해양 측이 제출한 허위 보고를 그대로 받아주는 등 관리·감독이 부실했던 것도 결국 홍 전 회장의 묵인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감사원이 15일 공개한 감사 보고서를 보면 홍 전 회장은 지난해 말 대우조선해양이 임직원들에게 격려금을 부당 지급토록 묵인한 책임만 졌다. 홍 전 회장과 함께 당시 전무이사와 본부장 등 임원 3명이 인사자료 통보 조치만 받았다. 대우조선해양 부실화 책임을 피할 수 없는 고위직들인데도 ‘솜방망이’ 처벌만 받은 것이다.
이번 감사에서 경징계 이상의 조치를 받은 산업은행 직원은 ‘재무이상치 분석시스템’을 활용해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를 잡아내지 못한 실장급 직원 1명, 경영실적 평가를 부실하게 한 팀장급 직원 1명 등 2명뿐이다.
특히 감사원은 홍 전 회장의 비위 내용을 인사혁신처에 등록해 향후 공직후보자 관리에 활용토록 금융위원회에 통보했다. 하지만 이미 홍 전 회장은 지난 2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로 영전한 뒤였다. 처분의 실효성이 사실상 사라진 셈이어서 감사원 조치가 너무 늦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감사원이 이미 지난해 말 실지감사를 끝내고도 최종 확정까지 시간을 허비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감사원 관계자는 “자료가 방대한 데다 관련자들도 많아 지난 1월 말까지 추가 조사를 실시했으며 이후 실무진 검토를 거쳐 지난 10일에 감사위원회에서 확정됐다”면서 “감사 의견이 확정되지 않았는데 인사 조치를 할 순 없었다”고 설명했다.
조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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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책임’ 홍기택… 감사원은 ‘작은 처벌’
입력 2016-06-15 21:26 수정 2016-06-15 23: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