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産銀, 대우조선해양 ‘상여금 부당’ 판단하고도 ‘無조치’

입력 2016-06-16 03:29
유희상 감사원 산업금융감사국장이 15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 브리핑룸에서 한국산업은행 등 금융 공공기관의 출자회사 관리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서울 중구 대우조선해양 본사 앞에 설치된 상징물 ‘빅 블루’가 비를 맞아 마치 눈물을 흘리는 듯한 모습. 서영희 윤성호 기자
대우조선해양이 급격히 부실화된 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으면서다. 당시 선박 수주량이 급감해 조선업체 간 과당경쟁이 심화됐다. 여기에 유가까지 하락해 대우조선해양이 주력했던 해양플랜트 사업의 채산성이 악화됐다. 발주자들의 인도 거부나 계약 취소 사태가 잇달았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은 이미 속으로도 곪고 있었다. 해양플랜트 관련 경험이 부족한데도 경영진은 이 사업에 무리하게 뛰어들었다. 조선업과 무관한 자회사를 무분별하게 확장하다 손실을 키우는 등 독단적인 의사결정을 해왔다. 관리·감독을 맡은 산업은행까지 방만경영에 손놓으면서 결국 지금의 사태에 이르렀다는 게 감사원의 분석이다.

3년 전 찾아왔던 ‘골든타임’ 놓쳤다

감사원이 15일 공개한 감사 보고서를 보면 산업은행은 5억원 이상 여신 기업에 대해 ‘재무 이상치 분석 시스템’을 활용해 재무 상태를 분석하도록 내부 지침을 마련해뒀다. 재무자료의 신뢰성이 매우 의심되는 ‘최고위험 등급(5등급)’에 대해선 원인규명 등 적극적으로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 다만 정부와 산업은행이 50% 이상 출자한 사업체는 제외하도록 했다.

이 기준에 따라 2013년 2월 정부와 산업은행의 합계 지분이 48.61%였던 대우조선해양은 이 시스템을 통한 분석 대상이 돼야 했다. 특히 이 시기는 조선업과 건설업을 중심으로 대기업들의 분식회계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던 때였다. 하지만 산업은행은 이런 규정을 지키지 않은 채 지금까지 이 시스템을 활용한 재무 분석을 실시하지 않고 있었다.

실제로 감사원이 감사 기간 중 이 시스템을 이용해 대우조선해양의 2013∼2014년도 재무 상태를 분석해보니 모두 ‘최고위험 등급’으로 나타났다. 대우조선해양이 2013∼2014년 8785억원이라고 공시한 영업이익이 실제로는 6557억원 적자로 1조5342억원이 과다 계상된 것으로 드러났다. 대우조선해양은 또 해양플랜트 사업 40개의 총 예정원가를 2013년 5700억원, 2014년 2조187억원을 임의로 차감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각한 부실에도 임직원들 ‘돈잔치’

이처럼 대우조선해양의 손실이 이익으로 왜곡되면서 임직원들에게만 막대한 성과급이 지급됐다. 대우조선해양은 임원들에게 2014년 48억원, 지난해 17억원 등 총 65억원을 성과급으로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직원들 또한 성과배분상여금 명목으로 2013년 1057억원, 2014년 927억원 등 총 1984억원을 받았다.

이런 도덕적 해이는 3조2000억원대 영업손실이 드러난 지난해 7월 이후에도 계속됐다. 대우조선해양은 4조2000억원 규모의 신규 자금을 산업은행으로부터 지원받아야 하는 상황에서도 지난해 말 무려 1176억원을 임직원에게 격려금으로 지급했다. 이 중 877억원은 성과상여금 명목이었다.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 등은 성과상여금 성격이 포함된 격려금 지급이 부당하다는 판단을 내려놓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산업은행은 2012년에도 대우조선해양이 제출한 허위 경영실적 자료를 그대로 인정해 임원 성과급 35억원이 부당 지급됐다. 당시 대우조선해양의 경영 실적은 성과급 지급이 제한되는 G등급에 해당했지만 산업은행이 허위 자료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아 50% 성과급 지급이 가능한 F등급으로 판정했다.

검토도 없이 자회사 ‘문어발’ 확장

대우조선해양의 방만 경영도 문제였다. 대우조선해양은 2002∼2014년 동안 주력 산업인 조선업과 직접 관련 없는 자회사를 17곳 설립했다. 대우조선해양의 전체 자회사 32곳 중 절반이 넘었다. 하지만 사업성 검토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무분별하게 인수·설립을 추진하다 지난해 6월 기준 9021억원의 손실을 입고 말았다. 또 오만의 플로팅호텔 등 5개 사업은 이사회 의결 절차를 누락하거나 허위 보고를 한 뒤 투자를 추진했다가 3216억원 손실을 초래했다.

산업은행은 해양플랜트 공정 지연이 반복돼 대우조선해양의 유동성이 악화된 상황에서도 상환 가능성조차 검토하지 않은 채 운영자금을 늘려준 것으로 드러났다. 대우조선해양은 2011년 10월 운영자금 사전한도 2000억원을 배정받은 뒤 2014년 9월 이를 8200억원까지 증액해줄 것을 요청해 승인받았다.

조성은 정건희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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