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나침반] 전이성 대장암도 완치율 높아져… 포기하지 마세요

입력 2016-06-19 19:11
이근욱 분당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농업에 종사하는 김모(63·남)씨는 2007년 1월 대장암 판정을 받았다. 당시 간 전이가 심해 삶의 연장을 목적으로 표적항암제를 포함한 항암화학요법을 시행한 결과, 간 전이가 현저하게 축소됐다. 이후 2007년 9월에 간전이에 대한 절제 수술을 시행했지만, 이후 경과는 순탄하지 않았다. 2008년 7월에 간전이 절제술, 2011년 1월에 폐전이 절제술 및 항암 화학요법을 두 차례 더 받았지만 재발에 대한 걱정으로 많은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다행히 암이 재발하지 않았고 마지막 수술 후 5년 뒤 담당 의사로부터 완치 판정을 받았다.

대장암은 발병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어 조기검진을 시행하지 않는 한, 조기 발견 비율이 낮은 편이다. 이 때문에 첫 진단을 암세포가 다른 장기로 전이된 대장암 4기에서 확인하는 경우도 흔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대장암 진단 후 절제 수술을 받더라도, 다른 장기로 전이되어 재발되는 경우도 흔하다. 그래서 대장암 진단을 받으면 ‘사망 선고’라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인식은 이제 옛말이 되어가고 있다. 물론, 병기가 높을수록 치료 방법이 복잡하고 생존율도 낮아지지만, 최근 진단검사 및 치료 방법이 진보하고 새로운 항암제 개발 등으로 환자들의 생존율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의 대장암 치료 능력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라서서, 미국, 캐나다, 일본 등 의료 선진국의 치료 성적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이를 반영하듯 2000년대 초 전체 대장암의 5년 생존율이 66.6%였던 반면, 2012년에는 74.8%로 약 8% 높아졌다. 또한 일반인들이 말기라고 인식하는 4기암과 재발암이 완치되는 비율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 4기 전이성 또는 재발성 대장암은 일반적으로 완치가 어렵다고 알려져 있으나, 진단 당시 수술이 불가능한 간전이를 동반한 4기 환자에서도 일부환자의 경우 항암치료 후 종양감소를 통한 수술적 절제를 약 30%까지 유도할 수 있으며, 이러한 환자들에서도 장기 생존율이 높아졌다.

전이성 대장암 환자에서 암세포에 선별적으로 작용하는 표적 항암제를 항암화학요법제와 함께 사용하면 암의 크기를 줄여 질병 진행을 늦출 뿐만 아니라 생존기간을 약 30개월까지 연장시킬 수 있는 것으로 보고 되고 있다. 이 중 일부 환자들은 전이성 또는 재발성 대장암 진단 당시에는 수술이 불가능했으나, 항암치료로 종양이 축소돼 2차적인 절제술을 가능하게 하여 장기 생존 또는 완치를 목표로 항암화학요법을 시행할 수 있다.

특히 간전이 또는 폐전이 절제술은 수술 후 합병증 및 회복 기간 지연 등으로 수술 자체가 과거에는 쉽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복강경이나 흉강경을 이용한 절제 수술을 통해 환자들은 이전보다 훨씬 빠르게 회복되어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정밀한 영상 검사들을 통해 미세 전이 암세포까지 확인해 더욱 정확하게 암세포를 제거할 수 있어, 완치되는 대장암 환자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전이성 대장암을 진단받았다고 해서 치료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표적항암제를 병용한 항암화학요법 및 수술 치료 등을 병행하면 생존기간을 연장시킬 수 있으며, 상당수는 완치도 가능하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환자 자신이 절대로 포기하지 않겠다는 희망적 마음가짐과 삶에 대한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고 의료진을 신뢰하면서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는 마음가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