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과의 동행] 심찬섭 건국대병원 교수 “말기환자 여한없이 식사하게 도왔습니다”

입력 2016-06-19 21:03
소화기 스텐트의 장점은 환자 삶의 질을 개선하고 암 치료의 새로운 기회를 준다는 점이다. 물도 못 삼키던 환자가 음식을 먹고 소화를 못시키던 환자는 속이 편해지고 대변을 못 보던 환자는 화장실을 간다. 소화기능이 나아지면서 영양 상태와 면역력이 개선돼 치료의 또 다른 기회를 얻기도 한다.

“정말 내가 죽기 전에 한번이라도 물을 삼키고 식사를 원 없이 해보고 죽었으면 좋겠다.” 어느 날 말기 식도암 환자의 이 같은 절박한 말을 듣게 된 심찬섭 교수가 어떻게든 그 환자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던 것이 스텐트를 본격적으로 연구 개발하게 된 계기가 된 것이다. 당시에는 식도암으로 음식물이나 물을 삼키지 못할 경우, 위에 구멍을 내고 호스를 연결해 음식물을 넣을 수 있게 하는 경피적 위루술을 하거나 정맥주사로 수액과 영양만을 공급해 단지 생명을 연장할 뿐이었다.

심찬섭 건국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그때를 회상하며 “나는 환자의 남아있는 여생이 비록 짧을지라도 식사를 할 수 있게 해주고, 일시적이더라도 전신상태의 회복과 잠깐이더라도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법은 식도 스텐트를 삽입하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스텐트는 엑스레이(X-ray)와 내시경을 이용해 시술한다. 내시경을 이용해 위치를 확인하고 삽입기구 안에 스텐트를 넣은 뒤 유도 철사로 정확한 위치를 잡고 스텐트를 기구에서 빼서 넓히는 방법으로 진행한다. 삽입된 스텐트는 시간이 지나면서 주변 조직과 어우러져 단단히 자리를 잡으면서 기능을 하게 된다.

소화기 스텐트의 장점은 환자의 삶을 질을 개선하고 암 치료의 새로운 기회를 준다는 점이다. 물도 못 삼키던 환자가 음식을 먹고 소화를 못시켜 늘 속이 아프고 답답했던 환자는 속이 편해지고 대변을 못 보던 환자는 화장실을 간다. 가장 기본적이고 가장 중요하지만 가장 어려웠던 일들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또 소화기능이 나아지면서 영양 상태와 면역력이 개선되면서 치료의 또 다른 기회를 얻기도 한다.

심찬섭 교수는 이를 계기로 스텐트 삽관술을 배우기 위해 당시 식도암에서 스텐트 삽관술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암스테르담 메디칼센터(AMC)의 타잇갓(prof.Tytgat) 교수를 찾아가게 됐고 그때 스텐트의 역사와 종류 그리고 당시에 사용했던 스텐트를 보고 많은 자극을 받았다. 1986년 국내 처음으로 식도암 환자에서 플라스틱 스텐트를 삽입하고 그 결과를 학회에 발표, 그 후 식도암 부위의 스텐트 삽관 시술은 비교적 잘 진행이 되어 많은 시술에 성공해 주목을 받게 됐다.

심찬섭 교수가 국내 업체와 함께 개발한 식도스텐트만 5개. 췌장암과 대장암 스텐트까지 소화기 종류별로 스텐트를 개발해 전세계로 수출하고 있으며 심찬섭 교수가 개발한 스텐트는 현재 아시아는 물론, 유럽 전역과 일본에서 가장 많이 사용한다. 현재 한국은 심찬섭 교수의 스텐트 개발을 시작으로 국내에서 스텐트 연구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졌으며 이제는 스텐트 하면 한국이라는 인식이 생길 정도로 한국의 스텐트를 인정하고 있다.

심 교수의 이러한 노력으로 현재 한국의 스텐트가 전 세계 시장에서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미국에는 2개의 스텐트 회사가 있는 반면, 우리나라에는 3개의 스텐트 회사가 생기게 됐고 그 결과 스텐트 시장에서 큰 경쟁력을 가지게 됐다.

심찬섭 교수는 “사람에게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환경은 삶의 질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며 “소화기 스텐트로 말기 암 환자들이 잘 먹고 배설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삶의 질을 높이고 암과 싸울 수 있는 힘을 주는 것”이라 강조했다. 이어 심 교수는 “앞으로도 새로운 스텐트는 암과 투병하는 모든 환자들을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개발될 것을 기대하며 그 노력 또한 끊임없이 지속될 것을 기대한다”고 자부심 가득한 말을 전했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