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 자본주의의 승리… 지구의 패배

입력 2016-06-16 19:15
일러스트=전진이 기자
기후변화는 지구의 암이다. 서서히 진행되지만 치명적인 방향성을 띠고 있고, 치료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른다는 점에서, 그러나 치료하지 않으면 결국 죽는다는 점에서 기후변화는 암과 유사하다.

1988년 ‘타임’지가 ‘올해의 행성’이란 표제로 밧줄에 칭칭 감긴 지구의 모습을 게재한 이후 국제사회는 30년 가까이 기후변화 이슈를 논의해왔다. 그러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13년에 1990년보다 61% 늘어났다. 캐나다 출신의 저널리스트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노 로고’ ‘쇼크 독트린’ 등을 쓴 나오미 클라인의 신간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는 두 가지 획기적인 관점을 제공하면서 다소 절망적인 상태에 놓인 기후변화 논의에 새로운 활기를 제공한다. 2014년 미국에서 출간돼 “‘침묵의 봄’ 이후 가장 중요하고 논쟁적인 환경서”라는 평가와 함께 뉴욕타임스 ‘올해의 책’으로 선정됐다.

저자는 그동안 탄소의 문제로 논의돼온 기후변화 이슈를 자본주의의 문제, 시장근본주의의 문제로 재규정하고자 한다. “문제는 탄소가 아니라 자본주의다”에 저자의 주장이 잘 표현돼 있다. 탄소 배출의 주요 원인이 자본주의적 생산 시스템과 생활 방식이라는 얘기 정도에서 그치지 않는다. 우리 사회가 강요하고 개인들에게 내면화된 자본주의 이데올로기 자체가 탄소 문제 해결을 포기하게 하거나 방해하고 있다는 지적이며, 자유주의시장체제를 넘어서는 급진적 전환이 아니라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우리 모두가 살고 있는 집이 홀라당 타버릴지도 모르는데, 왜 우리는 불을 끄려 하지 않는 걸까?… 우리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요구되는 행동들에 나서지 않는 이유는, 그것이 근본적으로 탈규제 자본주의와 충돌하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국제적으로 합의한 목표인 섭씨 2도 이하로 온도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우리가 기댈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은 부유한 국가에서 온실가스를 연간 8∼10%씩 감축하는 방법밖에 없다. 답은 나와 있는데, 어느 나라도 어느 국민도 이 길을 가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지금 기후변화라는 암은 치료약이 없는 게 아니다. 아무도 그 약을 먹지 않으려 한다는 게 문제다.

저자는 인류가 기후변화 문제에 집단적으로 대응하려고 시도했던 시점이 시장근본주의 이데올로기가 가장 강력했던 시점이라는 점을 언급한다. 또 시장근본주의가 기후 대응을 어떻게 왜곡했고 방해해왔는가를 분석하면서 “지금 우리가 해결해야 할 핵심 문제는 태양의 힘의 메커니즘이 아니라, 인간의 힘을 둘러싼 정치적 역학 관계, 즉 권력을 쥔 주체를 바꿀 수 있느냐 없느냐와 깊이 관련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시장자유주의에 경도된 현재의 자본주의는 경제적 불평등에 의해서만이 아니라 기후변화에 의해서 또 한 번 결정적 위기를 맞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지구 온난화라는 대가를 지불하면서 자본주의를 이대로 유지해야 하는가, 자본주의를 이대로 두고 기후변화를 해결할 수 있는가, 이런 질문들이 시작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저자는 기후변화라는 위기가 과거의 어떤 진보적 운동보다 더 크고 강력한 사회적 전환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기후변화는 지역 경제를 재건하고 재창조하며, 민주주의에 족쇄를 채우는 기업의 영향력을 봉쇄하고, 대중교통과 적정 가격의 주택 공급 등 재원 부족에 시달리는 공공 부문에 대한 투자를 이끌어 낸다.”

“기후변화는 모든 것을 바꾸어 놓는다.” 어떻게 바꾸어 놓을 것인지는 우리들에게 달렸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