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맛의 천재] 다빈치가 이탈리안 셰프였다?

입력 2016-06-16 19:22

피자, 스파게티, 샐러드, 에스프레소, 모짜렐라, 티라미수 등 우리에게도 익숙한 이탈리아 음식 17가지의 기원과 변천사를 다룬다. 이탈리아의 저널리스트이자 역사저술가인 저자는 다양한 자료와 흥미로운 관점으로 이야기 하나 하나를 맛있게 빚어냈다. 글로 맛보는 이탈리아 음식 탐방이라고 할 만하다.

‘피자나 한 판 할까’는 피자가 세계화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피자라는 이름은 1570년 교황의 요리사 바르톨로메오 스카피가 출판한 요리책에서 처음 등장한다. 지금은 전 세계 어느 동네에서나 피자집을 만날 수 있다. “1600년대부터 제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 요리의 언어를 지배하던 것이 프랑스어였다면, 전쟁 이후 피자는 이 운명을 뒤집는데 성공한다. 피자의 보급은 세계 메뉴의 절반은 이탈리아식으로 뒤바꾸어 놓았다.”

스파게티 편에는 다빈치가 등장한다.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천재 예술가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요리사이기도 했다. 젊었을 때 미술 공방의 견습생 급료로 먹고살 수가 없어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친구 보티첼리와 함께 식당을 차리기도 했다. ‘비너스의 탄생’을 그린 산드로 보티첼리가 맞다.

1930년대 벌어진 ‘파스타 논쟁’도 흥미롭다. “이 녹말로 가득한 음식이 가져오는 것은 바로 연약함과 비관적인 태도와 무기력함과 중성주의뿐이다” “초현대적인 우리 시대에 여전히 기생하고 있는 이 야만인들의 음식을 추방해야 한다”라며 파스타 추방 캠페인이 나타났고, 여기에 맞서 파스타 예찬론이 펼쳐졌다. “신선하고 영양가 높고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맛난 완벽한 음식들의 멋진 행렬에 부여된 영광스러운 이름 파스타.” “치즈 가루와 버터, 혹은 다양한 재료의 소스를 곁들여 만든 한 접시의 파스타는 그야말로 완벽한 요리.”

음식은 한 나라의 역사와 문화 속으로 안내하는 좋은 통로가 된다. 달콤한 음식을 가운데 높고 그 주위로 음식에 얽힌 역사적 사건과 인물을 풍성하게 차려낸 ‘맛의 천재’는 그런 점에서 하나의 전범이 될 만하다.김남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