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롯데그룹 비리 의혹 수사가 해외비자금 관련 수사로 빠르게 나아가고 있다. 롯데그룹이 다양한 해외사업을 진행하며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위장거래를 통해 해외에서 약 20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 롯데케미칼이 수사대상에 올라 있다. 15일 검찰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협력업체의 홍콩 법인을 통해 특수고무나 석유 관련 원료를 수입하는 과정에서 일본 계열사를 끼워 넣었다. 일본 계열사는 일본 롯데물산인 것으로 알려졌다. 화학원료 수입과 관련 없는 회사를 중간에 포함시켜 통행세 명목의 이익을 챙겨준 것이다. 이외에도 검찰은 롯데케미칼이 원료의 실제 가격보다 장부상 가격을 높게 작성해 비자금을 만든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롯데케미칼의 부당지원과 가격 부풀리기 정황을 포착해 14일 롯데케미칼을 압수수색했다. 부당지원 과정에 관여한 롯데케미칼 협력업체 A사도 압수수색 대상이 됐다. 롯데케미칼 측은 “1997년 외환위기 때 일본 롯데물산의 신용도를 활용하기 위해 거래하게 된 것”이라며 “의혹과는 반대로 롯데케미칼이 이익을 봤다”고 해명했다.
롯데그룹이 2010년 중국 홈쇼핑업체 럭키파이(Luckypai)를 적정가격보다 과도한 ‘웃돈’을 주고 인수한 배경에 대한 의구심도 증폭되고 있다. 롯데그룹은 2010년 조세회피 지역인 케이맨제도에 페이퍼컴퍼니 ‘롯데홈쇼핑코(LHSC)’를 세워 1500억원을 투자해 럭키파이를 인수했다. LHSC는 해당 중국 기업의 노하우와 인력 등을 고려해서 ‘영업권’ 명목으로 웃돈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럭키파이를 실제 가치보다 고가에 매입해 차액을 경영진의 비자금 조성에 활용했을 가능성을 추적하고 있다. LHSC를 조세회피 지역에 세운 것도 논란거리다. 검찰은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한 탈세 등의 혐의를 조사 중이다.
롯데그룹의 중국 사업 자금통로를 담당했던 롯데쇼핑홀딩스도 주목받고 있다. 롯데쇼핑이 2008년 홍콩에 세운 특수목적법인(SPC) 롯데쇼핑홀딩스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인수·합병(M&A) 경영에 선봉장 역할을 했다. 2009년 중국에 65개 마트를 보유한 ‘타임스’를 인수하기도 했다. 검찰은 롯데쇼핑홀딩스가 중국 관련 투자금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비자금 조성의 핵심 창구 역할을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롯데그룹 해외투자와 관련해 롯데자산개발 역할도 수사대상이다. 롯데자산개발은 2014년 9월 베트남 하노이에 개장한 첫 해외 복합단지 ‘롯데센터하노이’와 2019년 완공을 목표로 중국 청두에 건설 중인 복합상업단지 ‘롯데월드청두’ 등 대형 사업을 맡고 있다. 롯데그룹의 대규모 자산을 관리하다보니 각종 비자금 조성 의혹에 롯데자산개발이 연루됐다는 주장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김창권 롯데자산개발 대표가 해외에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면서 비자금을 조성했을 수 있다고 보고 출국금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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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해외비자금 수사 급물살… 정황 속속 드러나
입력 2016-06-15 17:58 수정 2016-06-15 2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