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비리 수사팀, ‘비밀 방’ 금전출납부에 주목

입력 2016-06-15 17:59 수정 2016-06-15 21:34
검찰의 롯데그룹 비리 수사팀은 호텔롯데 33층 비밀 방에서 찾아 낸 신동빈(61) 회장의 금전출납 장부를 정밀 분석하는 중이다. 신 회장 가족의 직접운용 자금 규모나 비자금 전체 내역을 파악하기 위한 첩경인 데다 자금 사용처 수사의 실마리도 담겼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15일 “장부를 집중 분석하고 있으며 유의미한 수사 단서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 10일 롯데 1차 압수수색 때 놓쳤던 호텔롯데 33층의 회장 비서진 전용 객실을 이틀 뒤 압수수색해 금전출납부와 은행 통장 등을 발견했다. 지난해 이른바 ‘형제의 난’ 때 신격호(94) 총괄회장의 비서실장에서 해임된 이일민(57) 전무가 밀실의 존재를 진술했다. 검찰은 압수 직후 금전출납부 확보 사실을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문제의 금전출납부에는 신격호·신동빈 부자의 일일자금 입출금 내역이 상세히 기록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회장 직속의 그룹 정책본부 핵심 직원들이 장부를 작성 및 관리하면서 상부에 수시 보고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비자금 수사의 퍼즐을 맞출 중요 증거자료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금전출납부와 통장 등에서 롯데와 정·관계 인사들의 유착 흔적이 나올 가능성도 크다. 특정 인사의 이름이 적혀 있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지만, 특정 시기 거액이 빠져나간 기록 등 수사 밑그림을 그릴 만한 단서가 상당수 있을 거라는 게 검찰 판단이다. 검찰은 장부에 적힌 숫자들의 의미를 다른 압수물과 비교 분석하는 동시에 자금관리인들을 상대로도 돈의 용처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 전무는 이날도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받았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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