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문자 메시지 시장 넘보는 IT 공룡들

입력 2016-06-16 04:00
페이스북은 스마트폰 문자메시지(SMS)를 페이스북 메신저로 받을 수 있도록 했다(오른쪽). 애플(왼쪽)도 아이메시지에 스티커와 여러 가지 효과를 더했다. 페이스북, 애플 제공

페이스북, 구글, 애플 등 글로벌 IT 공룡들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SMS) 시장을 공략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메신저의 중요성이 점차 높아지면서 SMS를 장악하려는 것이다.

페이스북은 14일(현지시간) 페이스북 메신저로 SMS를 송수신할 수 있도록 기능을 업그레이드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바로 적용되며 다른 나라는 순차 적용한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만 사용할 수 있고 아이폰은 지원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페이스북 메신저를 쓰는 사람끼리만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페이스북 메신저로 SMS까지 받을 수 있게 된다. 사용자 입장에선 페이스북 메신저 하나만 설치하면 스마트폰 SMS까지 함께 쓸 수 있다. 페이스북 메신저에서 쓸 수 있는 각종 이모티콘과 기능을 SMS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다.

월간활성이용자(MAU)가 9억명에 달하는 페이스북 메신저가 SMS까지 삼키게 되면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앞으로 메신저를 플랫폼으로 키우려는 페이스북의 전략에 탄력이 붙을 수 있다.

애플이 iOS10부터 아이메시지에 각종 이모티콘과 효과를 더하고, 아이메시지 개발 도구를 외부 개발자들에게 공개한 것도 보다 많은 사용자를 끌어들여 메신저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아이메시지는 아이폰에 기본 탑재된 메시지 서비스로 아이폰 이용자끼리 무료로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아이메시지 확대를 위해 안드로이드용 아이메시지 앱을 내놓을 것이라는 소문도 끊이지 않고 있다.

구글은 최근 인공지능(AI) 비서 기능을 적용한 메시지 서비스 ‘알로’를 선보이며 다시 한 번 메시지 서비스 도전에 나섰다. 구글은 올해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6에서 전 세계 이통사들에 차세대 SMS 서비스로 불리는 통합커뮤니케이션서비스(RCS) 도입을 제안하기도 했다. 카카오톡, 라인, 위챗 같은 모바일 메신저 때문에 설자리가 좁아진 이통사 SMS를 활성화하자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이들이 원하는 대로 메시지 서비스를 장악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메시지 서비스는 모든 사람이 함께 이용하는 특성 때문에 일단 자리를 잡으면 사용자가 다른 서비스로 쉽게 바꾸지 않는 보수적인 성향이 있다.

안드로이드로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운영체제를 80% 이상 장악하고 있는 구글이 유독 메신저 시장에서 재미를 못 본 것도 이런 이유다.

그럼에도 스마트폰 OS를 양분하고 있는 구글과 애플, 매달 16억명의 사용자가 접속하는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이 역량을 집중하면 이통사나 카카오톡, 라인, 위챗 같은 모바일 메신저 업체에는 위협이 될 수 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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