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여신 ‘회수의문’으로 낮췄어야… 이제야 ‘요주의’ 분류하는 건 말도 안돼”

입력 2016-06-15 18:35 수정 2016-06-15 21:36

권오규(사진)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15일 “은행들이 대우조선해양 여신을 이제야 ‘요주의’로 분류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지금쯤이면 ‘회수의문’으로 가야 할 일을 미뤄왔고, 감독 당국도 이를 지도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노무현정부 때 경제사령탑을 맡았던 권 전 부총리는 이날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금융연구원과 한국경제학회 공동 주최로 열린 ‘바람직한 기업 구조조정 지원체계 모색’ 토론회에서 사회자로 나섰다. 토론이 마무리될 때쯤 현 구조조정 상황에 대해 말문을 연 그는 “시장에 의한 구조조정으로 이행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수단 중 하나가 여신을 (제대로) 분류하는 것인데 대우조선 여신을 이제야 ‘정상’에서 ‘요주의’로 바꿨다”며 “이미 조선산업에 불황이 나타났을 때 정상에서 요주의, 고정을 거쳐 지금쯤이면 회수의문으로 갔어야 하고 그래야 은행들의 몸이 가벼워진다”고 지적했다. 조선업 불황에 맞춰 충분히 충당금을 쌓아야 하는데 이를 차일피일 미루면서 부실에 따른 은행 부담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기업 여신이 정상으로 분류될 경우 은행들이 쌓는 충당금(돈을 떼일 것에 대비해 준비하는 돈)은 여신의 1%가량에 불과하다. 반면 회수의문으로 분류할 경우 여신의 50∼99%를 충당금으로 쌓아야 한다. 대우조선은 3년 연속 적자에다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도 내지 못하는 부실기업이었지만 채권은행들이 여신을 ‘정상’으로 분류하다 최근에야 시중은행이 여신 등급을 ‘요주의’로 낮췄다. 하지만 19조원에 달하는 여신을 제공한 산업·수출입은행은 여전히 대우조선 여신을 ‘정상’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국책은행에 집중된 구조조정 시스템에서 벗어나 시장을 통한 구조조정 기능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구조조정이 제때 이뤄지지 않는 문제점을 해결하려면 대주주의 책임을 엄하게 물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됐다.

양원근 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대주주 경영자의 도덕적 해이 가능성, 은행의 기업구조조정 리딩 역할 부족, 자본시장 내 구조조정 기능 취약으로 상시 구조조정 시스템이 가동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구정한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부실화 이전 단계에서 사전적으로 징후를 포착해야 한다”며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 개선)을 추진하기 이전 재무구조 평가와 신용위험 평가 기준을 강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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