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역외탈세 36명 세무조사 착수

입력 2016-06-16 04:00

국세청이 15일 ‘파나마 페이퍼스(Panama Papers)’ 명단에 포함된 국내 유력 인사와 대기업 계열사를 포함해 모두 36명의 개인·법인에 대한 역외탈세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파나마 페이퍼스와 관련해 조세회피처에 서류상 회사(페이퍼컴퍼니)를 만든 것으로 밝혀진 184명의 한국인 중 역외탈세 혐의를 적발했거나 현재 조사 중인 인원은 모두 10여명이라고 확인했다.

자수 안 한 역외탈세 혐의자에 고강도 세무조사

정부는 올 3월까지 6개월 동안 역외소득·재산 자진신고 제도를 운영했다. 국세청이 이달 초부터 세무조사에 착수한 역외탈세 혐의자 36명은 마지막 자수 기회를 활용하지 않은 개인과 법인이다. 조사 대상자 중에는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등 조세회피처에 설립한 서류상 회사에 투자명목으로 송금한 뒤 손실처리하거나, 사주 개인이 투자한 현지법인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유출해 사주가 유용한 경우가 있었다. 또 해외 현지법인을 설립해 중개수수료 등의 명목으로 일어나지 않았던 비용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해외로 자금을 유출해 이를 개인적으로 쓴 사주도 조사를 받고 있다.

국세청은 앞서 지난 1월 역외탈세 혐의자 30여명을 조사해 모두 25명에 대해 2717억원을 추징했고, 이 중 고의적으로 세금을 탈루한 10건을 범칙조사로 전환해 6건을 검찰에 고발조치했다고 설명했다. 고발된 한 중견 해운사 사주는 조세회피처에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를 통해 선박을 취득하고 운용한 이익을 해외 차명계좌로 받은 뒤 환치기를 통해 국내로 반입했다가 수백억원의 소득세와 증여세를 추징당했다.

파나마 페이퍼스 관련 사회 유력인사 누굴까

독립언론 뉴스타파는 지난 4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공동으로 파나마의 로펌 ‘모색 폰세카’에서 유출된 1977∼2015년 서류상 회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파나마 페이퍼스로 불리는 이 데이터에는 전 세계 21개 조세회피처에 세운 21만개의 서류상 회사 자료가 담겨 있다. 뉴스타파는 이를 분석해 파나마 페이퍼스 명단에 모두 184명의 한국인이 포함됐으며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 재헌씨가 세운 서류상 회사도 포함됐다고 밝혔다. 또 아모레퍼시픽 서경배 회장 일가와 포스코, 현대로템, 삼성테크윈 등 대기업 계열사도 있었다.

국세청은 이 중 6∼7명은 지난 1월 세무조사에서 역외탈세 혐의가 확인됐고, 3∼4명은 현재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대기업 계열사와 사회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개인이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한승희 국세청 조사국장은 노재헌씨 포함 여부를 묻는 질문에 “특정 개인이나 법인에 대해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면서 “사회적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역외탈세자들이 더 이상 해외 소득이나 재산을 숨길 곳이 없어지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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