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대세론’ 굳어지자… 비박, 지도체제 개편 제동

입력 2016-06-15 18:10 수정 2016-06-15 21:14
김희옥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경기도 오산 공군작전사령부를 방문해 장병들과 오찬을 갖기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정진석 원내대표, 김광림 정책위의장 등도 동행했다. 국회사진기자단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가 지도체제를 개편해 당대표 권한을 강화하기로 결정하자마자 반대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이를 추인하기 위해 열리는 의원총회에서 격론이 예상된다.

김성태 의원은 1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12년 전 집단 지도체제를 도입했을 때는 당대표의 독단과 전횡을 막고 당을 민주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명백한 이유가 있었다”며 “제대로 된 논의 한번 없이 비대위가 일방적으로 결정해 발표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했다. 비박(비박근혜)계 3선인 김 의원은 “의총에서 쉽게 통과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김재경 의원도 보도자료를 내고 “공천 등 핵심 문제를 남겨둔 채 대표의 권한만 강화하는 것은 과거로의 회귀이자 한국 정당 발전사의 퇴행이 되고 말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실 비박계는 김무성 전 대표 임기 2년 내내 집단 지도체제를 손봐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최고위원들이 반대하면 당직 인선이나 당무 처리 등 김 전 대표 뜻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도체제 개편이 막상 현실화되자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이는 ‘최경환 대세론’이 굳어지고 있는 당내 분위기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당대표를 최고위원과 분리해 1인 1표로 선출하는 룰이 의총을 통과해 확정되면 누가 나오든 최 의원을 꺾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당대표 선출 방식을 바꾼 건 친박(친박근혜)계 입장에선 일거양득이다. 우선 당 조직력에서 앞서 있는 최 의원의 당선이 유력해졌다. 1인 2표제로 다수 득표자가 대표최고위원이 되는 기존 방식대로였다면 표가 분산돼 이변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었지만 이런 변수가 사라졌다. 차기 당대표에겐 ‘당무 통할권’이 부여된다. 최고위원회 의결 없이 협의만 거치면 된다.

물론 최 의원은 아직 당권 도전을 공식화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 의원과 가까운 의원들은 출마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최 의원 스스로도 당권 출마가 독(毒)이 될 거란 걸 잘 알고 있지만 청와대와 당내 요청을 뿌리치지 못할 것이란 얘기다. 다만 총선 참패에 대한 친박 책임론이 완전히 가시지 않았고, 선거에 일반 국민 여론조사가 30% 반영되기 때문에 예단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당권 도전 의사를 밝힌 친박 의원들이 출마 뜻을 굽히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이정현 의원은 “호남 출신이 당대표가 되는 것 자체가 정치 혁신이고 대변화로 평가받을 것”이라고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비박계 중진 의원은 “최 의원을 당대표로 세우는 순간 내년 대선에서 새누리당은 매우 어려워진다”며 “당대표를 뽑아놓고 연말쯤 다시 비상대책위원회를 띄우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비대위는 16일 무소속 의원 복당 문제를 논의한다.

당권과 대권을 분리해놓은 규정을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도 여전히 나온다. 심재철 국회부의장은 “우리 당의 대선주자가 야당에 비해 현저히 밀리기 때문에 당권을 통해 몸집을 불릴 수 있도록 길은 터놓아야 한다”고 했다. 비대위는 이 조항을 그대로 뒀지만 개정 가능성은 열려 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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