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조선업 위기는 국책은행과 조선사들의 합작품이다

입력 2016-06-15 17:13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 수출입은행과 성동조선해양이 부실 관리와 방만 경영 등의 방법을 동원해 혈세를 낭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산은과 수은은 각각 부실기업인 대우조선과 성동조선의 주채권은행이다. 감사원은 15일 ‘금융 공공기관 출자회사 관리실태’에 대한 감사를 벌여 31건의 문제점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대우조선은 1조5342억원의 분식회계를 통해 영업이익 등을 크게 부풀렸고, 허위 재무 상태를 근거로 임직원에게 천문학적인 성과급을 줬다. 임금을 반납해도 시원찮을 판에 빚잔치를 한 것이다. 대우조선은 조선업과 관련 없는 자회사들을 설립·인수하거나 무리한 투자를 강행해 1조2237억원의 손실을 발생시켰다. 산은과 산은 퇴직자 출신의 대우조선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관리·감독 업무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대우조선 회생의 골든타임을 놓친 것이다. 산은은 출자전환 기업 72개 중 경영 정상화가 된 20개 기업을 적극적으로 팔려고 하지 않았다. ‘재벌급 국책은행’을 지향하지 않고는 할 수 없는 해괴한 짓이다. 성동조선도 조업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적자수주 허용 물량을 늘리고 건조원가를 낮추는 편법을 쓰다가 영업손실만 2273억원을 기록했다. 수은의 관리·감독도 산은처럼 부실했다.

대우조선과 성동조선, 산은과 수은이 결탁해 국민의 돈을 빨아먹는 행위는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같은 점잖은 말로 지적하기에는 도를 넘어섰다. 건전한 양식이 조금이나마 있고, 나랏돈의 엄중함을 한 번만 생각했어도 저지를 수 없는 범죄행위나 다름없다. 이러고도 산은과 수은은 정부나 정치권 탓이라는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국책은행에 낙하산 인사를 내려보내고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은 정부, 지역경제 위기설 등을 방패로 부실기업을 연명시키는데 혈안인 정치권의 책임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정부와 정치권의 잘못과는 별개로 산은과 수은이 부실기업을 방치·양산했다는 비판은 결코 면할 수 없다. 경영관리단으로 파견된 산은 직원들은 주거비를 부실기업으로부터 받았다. 벼룩의 간을 빼먹은 파렴치한 행위다. 부실기업의 돈을 받아 유흥비나 골프비로 탕진하고 용도가 불분명한 곳에 쓰기도 했다.

감사원은 전·현직 산은·수은 행장을 포함한 12명에 대한 인사조치·문책, 주의요구 등 사실상 경징계만 내렸다. 감사가 효력을 발휘하려면 일벌백계 차원의 중징계가 뒤따라야 한다. 대우조선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검찰은 감사원 감사 결과를 넘겨받아 대우조선과 성동조선, 산은과 수은의 위·탈법행위를 낱낱이 찾아내 엄벌해야 한다. 부당하게 투입된 혈세를 돌려받는 방법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두 국책은행의 존재와 역할 자체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