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전방위 수사로 인해 수세에 몰린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의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다. 신 회장은 6월 말로 예정된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까지 경영권 방어에 집중하고, 이후 귀국해 수사대응 및 호텔롯데 재상장 추진 등 긴급한 국내 현안들을 챙긴다는 방침이다.
신 회장은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에탄크래커 공장 기공식에서 “일본 롯데홀딩스의 주총이 끝난 후 바로 귀국하도록 하겠다”고 향후 일정을 밝혔다. 신 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대표 측이 신 회장의 이사 해임안을 주총 안건으로 올린 만큼 직접 일본에서 주주들의 표심을 관리하겠다는 계획이다. 검찰이 출국금지 조치를 했을 가능성이 높아 바로 귀국했다가 일본 주총에 참석하지 못할 상황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한·일 롯데그룹의 지주회사격인 롯데홀딩스의 ‘캐스팅보트’는 지분 27.8%를 보유한 종업원지주회가 쥐고 있다. 지난해 8월과 지난 3월 두 차례 대결에서는 신 회장이 완승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국내 검찰수사 상황이 종업원지주회의 표심을 흔들 수도 있어 결과는 장담할 수 없다. 이에 대해 신 회장은 “주총 결과에 대해 전혀 걱정하고 있지 않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신 회장은 검찰수사로 무산된 호텔롯데 상장 재추진에 의지를 보였다. 신 회장은 “호텔롯데의 상장은 무기한 연기가 아니다. 국회에서 국민과 약속한 사항이므로 꼭 지키도록 하겠다”며 ‘연말’ 시점까지 제시했다. 그러나 상황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수사결과 호텔롯데가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 3년 이내 상장예비심사조차 신청할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15일 “진행 중인 검찰 수사상황을 고려하면 사실상 연말이라는 기한을 맞추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며 “신 회장의 강한 의지로 봐 달라”고 했다.
신 회장에게는 호텔롯데의 상장이 그룹의 지배구조개선을 위한 핵심적인 의미가 있다. 국내 롯데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호텔롯데 주주 99%는 일본계다. 상장을 통해 이 비율을 65%까지 낮추면서 롯데는 일본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완화할 수 있다.
호텔롯데는 지난 1년간 1조원이 넘는 자금을 계열사 유상증자와 주요 M&A에 쏟아부으며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해 왔다. 또 상장으로 모집한 재원 중 1조7930억원을 호텔 및 리조트, 면세업체 인수에 투자하겠다는 구체적 계획도 있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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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 회장, 日 ‘홀딩스’ 경영권 총력 방어… ‘호텔’ 연말 상장 적극 재추진
입력 2016-06-15 18:05 수정 2016-06-15 2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