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反轉). 어떤 일이 반대 상태로 급격히 변화하는 것을 말한다. 행복으로 진행하는 것처럼 보이던 것이 갑자기 불행 쪽으로 방향을 바꾸거나, 불행을 향해 진행하는 것처럼 보이다가 행복 쪽으로 역전되는 것이다. 영화나 소설에서도 반전이 있을 때 흥미가 있고 매력이 넘친다.
국내에 역발상으로 반전을 이룬 곳이 여럿 있다. 최근 관심을 모으고 있는 충북 옥천의 안터마을도 그 가운데 하나다. 대청호 연안에 자리 잡은 이 마을은 대청댐 건설 이후 다수의 수몰민이 이주해 간 동네다. 하지만 농사지을 땅이 변변치 않아 수몰민 대부분은 다시 마을을 떠났다. 마을은 점점 활기를 잃어 갔다. 비탈을 깎아 새로 밭을 일궈도 상수원 오염 문제로 마음 놓고 농약도 못 쳤다. 마을에서 한동안 ‘댐을 부숴야 우리가 산다’는 격한 구호가 끊이지 않았다.
이 마을에 10년 전쯤 반전이 일어났다. 인구가 줄어들고 무농약 농가가 늘면서 마을에 반딧불이가 돌아왔다. 맹꽁이·가재·사슴벌레 등도 흔하다. 마을엔 돌파구가 생겼다. 제초제를 멀리하고 반딧불이 서식하는 지역은 농사도 접는 등 청정 환경을 유지하는 데 주민 모두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친환경마을로 소문나면서 깨끗한 마을을 구경하려는 사람들이 찾아들었다. 지금은 전국적 브랜드로 떴다. 반딧불이 축제나 빙어 축제 같은 행사기간이 아니어도 전국에서 관광객이 몰려든다. 5월 하순에서 6월 중순 사이 반딧불이 축제를 펼치지만 지역 명물인 포도 따기 등 농촌체험 프로그램은 연중 쉬지 않는다.
또 다른 곳은 최근 범죄 스릴러 영화 ‘곡성(哭聲)’ 때문에 주목받는 전남 곡성(谷城)군이다. ‘곡하는 소리’를 뜻하는 영화는 마을에서 불길한 일들이 잇따르면서 시작된다. 한적한 어느 시골 마을에서 살인사건이 이어지고 음습한 분위기도 가미됐다. 공간적 배경으로 등장하는 곡성 주민들로서는 불편할 만하다.
하지만 영화에는 친근한 장면도 많이 나온다. 주인공이 딸과 오카리나를 불며 다정하게 얘기를 나누는 곡성 기차마을 주변 섬진강은 공포 영화라고는 보기 어려울 정도로 평화롭다. 골짜기나 마을, 재래시장 등 정감 있고 아름다운 영상도 첨가됐다.
이에 곡성군은 영화의 인기를 지역 마케팅에 활용했다. 유근기 군수는 지역 신문에 ‘곡성(哭聲)과 다른 곡성(谷城)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칼럼을 실었다. 그는 영화와 지역을 무관하다고만 주장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면서 우려가 기대로 변하길 기원했다. 1991년 일본 아오모리현 사과농장이 태풍으로 90%에 이르는 낙과 피해를 입었는데 10% 남은 사과를 태풍에도 떨어지지 않는 ‘합격 사과’로 마케팅 해 상당한 매출을 기록했다는 사례도 곁들이며 역발상을 통해 곡성군의 대외적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남는 장사라고 적었다. 곡성군의 아름다운 경치와 자연풍경, 범죄 없는 마을이라고 언급한 그는 영화 곡성을 보고 공포가 주는 즐거움을 느낀 분이라면, 꼭 이곳에 와서 따뜻함이 주는 즐거움을 한 자락이라도 담아 갔으면 좋겠다고 마무리했다.
‘우려를 뒤집으면 기회가 온다’는 ‘긍정의 역발상’이 통했다.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위기를 기회로 만든 군수의 역발상과 멋진 문장을 크게 다뤘고, 무서운 영화 덕분에 지역 지명도가 무섭게 올라갔다.
역발상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 반전은 늘 흥미도 유발시킨다. 긍정적이고 창조적인 생각과 도전만이 그 기회를 맛볼 수 있게 해준다. 물론 그 바탕에는 주민 또는 주체 간의 원활한 소통과 진정성이 깔려 있어야 한다.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내일을 열며-남호철] 그곳엔 반전이 있다
입력 2016-06-15 1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