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檢, 신격호 회장 소유 ‘로베스트’ 수사 착수

입력 2016-06-16 04:32

롯데그룹 비자금 비리를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은 신격호(94) 총괄회장 소유의 스위스 소재 서류상 회사인 로베스트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고 15일 밝혔다. 로베스트는 2010년 5월 26일 보유 중이던 롯데물산 주식을 롯데 계열사 4곳에 실제보다 2배 이상 부풀려진 금액으로 매각, 총 920억원가량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국민일보 6월 15일자 1·2·3면 참조).

로베스트는 당시 롯데물산 주식 408만5850주를 호텔롯데와 롯데쇼핑, 롯데미도파, 롯데역사 로부터 1592억여원을 받고 처분했다. 계열사 4곳이 같은 날 이사회를 열고 승인한 롯데물산의 취득·처분 단가는 주당 3만8982원이었다. 하지만 이 시점을 전후해 롯데 계열사들이 외부 평가기관으로부터 평가받은 롯데물산의 자산가치는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주당 1만6400∼1만7100원 수준으로 확인됐다.

검찰이 부당거래로 의심하는 로베스트와 롯데그룹 계열사들의 롯데물산 지분 취득·처분 당시 그룹의 정책본부장은 신동빈(61) 회장이었다. 롯데그룹 측은 “동시다발적인 이사회는 정책본부 차원의 결정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로베스트와 관련한 모든 의사결정은 일본에서 이뤄진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롯데그룹이 자금흐름 추적이 어려운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활용, 비자금을 마련해 왔을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로베스트의 증거자료 수집 작업에 착수했다. 국내에서 유출돼 로베스트로 유입된 회삿돈 등의 규모와 성격, 이 자금의 용처 등이 향후 수사 과제다. 2014년에는 신 총괄회장이 900만 달러(약 100억원)가량의 자금을 로베스트로부터 국내로 송금받은 사실이 드러났었다. 당시 금융감독원이 외화 반출신고 여부 등 위법성을 조사한 바 있다.

국내 계열사들의 로베스트 부당 지원, 총괄회장 일가의 로베스트 자금 전용이 실제로 확인되면 횡령·배임은 물론 탈세 혐의도 적용할 수 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미국에 있는 신동빈 회장은 14일(현지시간) “국내 문제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경원 노용택 황인호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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