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를 사전에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놓고도 이를 적용하지 않아 1조5000억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적발하지 못한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확인됐다. 대우조선해양이 ‘묻지마 투자’를 하다 1조2000억원 규모의 손실을 보는 등 방만한 경영을 하는 와중에도 산업은행은 손을 놓고 있었다.
감사원은 지난해 10∼12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금융 공공기관의 출자회사에 대한 관리 실태를 점검한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고 15일 밝혔다. 특히 지난해 7월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손실이 확인됨에 따라 산업은행의 관리 책임을 파악해 재발방지책을 마련하기 위한 취지라고 감사원 측은 설명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재무자료의 신뢰성 확인을 위해 ‘재무 이상치 분석 시스템’을 마련했다. 하지만 산업은행은 정작 이 시스템을 대우조선해양에는 적용하지 않았다. 감사원이 이 시스템을 통해 대우조선해양의 재무 상태를 분석해보니 2013∼2014년 사이 영업이익 기준 1조5342억원이 부풀려진 것으로 드러났다.
대우조선해양의 방만 경영에 대한 감시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대우조선해양은 2002∼2014년 자회사를 설립하면서 철저한 타당성 조사를 거치지 않거나 이사회 의결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의 최대 주주인 산업은행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결국 자회사에서만 1조2237억원 규모의 손실이 발생하고 말았다.
대우조선해양의 도덕적 해이도 도마에 올랐다. 지난해 하순 3조2000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이 드러났지만 대우조선해양은 직원 1인당 평균 946만원을 지급하는 단체교섭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다. 산업은행은 영업손실이 막대한 상황에서 격려금 지급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했지만 역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고 총 1176억원이 임직원에게 지급됐다.
감사원은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에게 대우조선해양 업무를 담당한 관련자 2명을 문책하도록 하고 대우조선해양의 경영관리를 철저히 하도록 주의를 요구했다.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 등 전·현직 임원 3명에 대해선 이번 감사 결과를 인사자료로 활용토록 금융위원회에 통보했다.
하지만 홍 전 회장은 이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로 중국에 나가 있어 그가 받을 불이익은 사실상 없는 상태다. 성동조선해양의 부실관리 책임을 진 김용환 전 수출입은행장도 현재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을 지내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선 감사원이 ‘뒷북 감사’를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조성은 우성규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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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6-15 17:59 수정 2016-06-15 2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