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 브라더스’ 빅리그 20홈런 고지 보인다

입력 2016-06-15 18:39

추신수(34·텍사스 레인저스)는 지난해 9월 27일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경기에서 시즌 20호 홈런을 날렸다.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네 번째로 한 시즌 20홈런 고지를 밟은 순간이었다. 강정호(29·피츠버그 파이어리츠)는 같은 달 18일 시카고 컵스 전에서 입은 무릎 부상으로 이미 시즌 아웃이 결정된 상황이었다. 이때만 해도 메이저리그에서 한해 20홈런을 때리는 한국인 타자들을 여러 명 볼 수 있을 거라는 상상을 하기 힘들었다. 올해는 다르다. 이젠 상상이 아니라 현실이 될 개연성이 뚜렷하다. 꿈의 무대를 밟은 코리안 빅리거들이 홈런으로 타격에 꽃을 피우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호 브라더스’ 강정호와 박병호(30·미네소타 트윈스), 이대호(34·시애틀 매리너스)가 있다.

빅리그 데뷔 2년차를 맞은 ‘킹캉(King Kang)’ 강정호의 홈런 페이스는 가파르다. 강정호는 부상 재활 끝에 지난달 7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복귀전에서 연타석 홈런으로 부활했다. 15일 미국 뉴욕 시티필드에서 열린 뉴욕 메츠와의 경기에서는 6회 상대 선발투수 제이콥 디그롬의 2구째 94마일(약 151㎞) 포심 패스트볼을 받아쳐 투런 홈런으로 연결했다. 부상 복귀 이후 31경기 만에 터진 시즌 9호 홈런이다. 강정호는 지난해 126경기에서 15개의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강속구를 공략해 홈런을 만들고 있다. 이날도 빠른 공에 주눅 들지 않고 정확한 선구안과 타이밍으로 안타와 홈런을 뺏어내며 디그롬을 괴롭혔다. 결국 디그롬은 6회까지 탈삼진 9개를 잡았지만 강정호에게 홈런을 얻어맞고 2실점한 뒤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이 내놓은 통계에 따르면 강정호는 올해 20홈런을 때려낼 수 있다.

‘박뱅’ 박병호는 코리안 빅리거 중 가장 많은 출전 기회를 얻고 있다. 시즌 초부터 미네소타의 주전 지명타자 또는 1루수 자리를 꿰찼다. 코리안 빅리거 중 홈런 개수가 가장 많다. 54경기에 출전해 11홈런을 기록 중이다. 최근 타격감이 다소 주춤한 건 사실이다. 개막 첫 달 6개, 지난달 3개, 이달엔 2개의 홈런을 기록 중이다. 하지만 특유의 장타력 덕분에 한 번 쳤다하면 대형 홈런이 나온다. 부상 없이 꾸준히 선발 출전할 경우 30홈런 정도는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빠른 시일 내 부진을 씻어내고 마음의 여유를 되찾는 게 관건이다.

‘빅보이’ 이대호는 시애틀의 플래툰 시스템 때문에 상대 좌완투수 등판 때만 선발 출전기회를 얻고 있다. 이 때문에 올해 43경기에 나섰는데 108타수에 그치고 있다. 타수만 보면 지난달 복귀한 강정호(102타수)와 별반 차이가 없다. 제한된 기회 속에서도 승부처에서 터지는 이대호의 홈런은 영양가 만점이다. 끝내기 홈런으로 시애틀에 홈경기 첫 승을 안겼고, 멀티 홈런도 두 차례나 된다. 이대호는 지난 11일 텍사스 전에서 연타석포를 날려 시즌 10호 홈런 고지를 밟았다. MLB닷컴은 플래툰 기용 때문에 올 시즌 이대호의 최종 홈런 개수를 14개로 예상했다. 하지만 좌우투수를 가리지 않기에 출전 기회를 늘릴 여지가 있다. 여기에 몰아치기 능력이 더해져 충분히 20홈런을 기대해볼만 하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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