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38개’ 72세 할머니 50여년 소매치기 인생

입력 2016-06-15 18:02 수정 2016-06-15 21:38

지난 3월 6일 오후 3시20분쯤 서울 남대문시장의 한 옷가게. 조모(72·여)씨는 옷가지 대신 손님들의 핸드백을 살폈다. 스카프로 시선을 막은 채 한 여성의 핸드백에 손을 집어넣었다. 익숙한 손길로 지갑을 훔친 조씨는 유유히 옷가게를 나섰다.

절도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CCTV를 분석하고 이동 경로를 추적해 조씨를 붙잡았다. 조씨는 남대문시장 일대를 주름잡는 소매치기였다. 탐문 수사를 하던 경찰은 조씨가 ‘조○○’ 외에 ‘김△△’이라고도 불린다는 것을 알아냈다. 김△△이란 이름에도 역시 소매치기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지문을 확인한 결과 전과 28범 조○○과 전과 10범을 가진 김△△은 같은 사람이었다. 이를 합치면 전과 38범에 달했다.

어찌된 영문일까. 조씨는 한국전쟁 당시 부모와 헤어져 고아원에서 자랐다. 조씨는 1976년 조○○이란 이름으로 뒤늦게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았다. 7년 뒤 이산가족 찾기 프로그램을 통해 헤어진 부모를 만나면서 김씨 성과 이름을 되찾았다. 하지만 기존의 호적을 말소하지 않고 그대로 뒀다.

10대 시절부터 시장판에서 소매치기를 일삼던 조씨는 서로 다른 두 이름으로 ‘꼼수’를 부렸다. 평소에는 조○○이란 이름을 사용하다가 집행유예 또는 누범기간에 경찰에 붙잡혔을 때는 김△△이란 이름을 댔다. 이런 식으로 조씨는 가중 처벌을 피해 상대적으로 적은 처벌을 받을 수 있었다.

조씨는 1992년부터 2004년까지 50차례에 걸쳐 일본을 오가면서 ‘원정’ 소매치기에 나섰다가 두 차례 추방됐다. 또 2009년과 2014년 다른 사람의 여권을 가지고 일본으로 밀항하려다 검거되기도 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100만원 상당의 금품이 든 지갑을 훔친 혐의(상습절도)로 조씨를 구속했다고 15일 밝혔다. 조씨는 경찰에서 “무거운 처벌을 피하기 위해 다른 이름을 번갈아 썼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조씨의 전과 기록을 정리하는 한편 검거 당시 수배 중이던 조씨가 다른 소매치기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여죄를 수사할 방침이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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