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에서 정당이 얻은 득표수에 따라 당선자가 결정되는 비례대표 국회의원은 의회의 전문성을 높이고 사회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대변한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직업 정치인인 지역구 국회의원으로는 메울 수 없는 역할을 비례대표들이 담당하는 셈이다. 비례대표 후보자 면면을 보고 표를 주는 유권자도 많아 각 당은 공천에 공을 들인다. 4·13총선에서도 47명의 비례대표 의원이 탄생했다.
그런데 이들의 상임위 배정이 뒤죽박죽으로 이뤄져 논란이 일고 있다. 전문성을 무기로 영입되고 금배지까지 단 다수의 비례대표 의원들이 소관 분야와 전혀 무관한 상임위로 갔기 때문이다. 언론시민단체에서 20년가량 일한 정의당 추혜선 의원은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를 지원했지만 외교통일위에 배치됐다. 이에 반발한 추 의원은 14일부터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그는 “언론운동을 20년 이상 해왔는데 갑자기 외통위에 배치됐다. 축구선수를 농구장에 놓아둔 격”이라고 항변했다.
경영학 교수 출신인 새누리당 김종석 의원도 외교통일위로 갔다. 경제 전문가로서 정무위, 기획재정위, 산업통상자원위 등에서 일하고 싶다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을 지낸 같은 당 김승희 의원은 본인이 희망했던 보건복지위가 아닌 안전행정위로 배치됐다. 국방 분야 문외한인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은 국방위로 배정됐다. 그는 원내지도부에 “희망하지도 않은 상임위로 보내면 어떡하느냐”고 항의했다고 한다.
이런 어이없는 일은 노른자위 인기 상임위에 의원들이 몰리다보니 생긴 현상이다. 교통정리가 안 돼 결국 여야 원내지도부 간 나눠먹기로 배정되면서 비례대표의 상임위 전문성은 뒷전으로 밀려버린 것이다. 시정되지 않는다면 여야의 비례대표 공천은 결국 총선용이었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사설] 뒤죽박죽된 비례대표의 국회 상임위 배정
입력 2016-06-15 1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