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이장원] 4차 산업혁명과 일자리 위기

입력 2016-06-15 17:26

아이폰 제조사 팍스콘(Foxconn)은 일본 샤프 인수에 이어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사로부터 노키아 휴대전화 부문을 인수하기로 해 전자산업의 새로운 실력자로 진화 중이다. 팍스콘의 종업원 120만명 중 5년 안에 30% 정도는 로봇으로 일자리가 대체될 것이라고 한다. 스마트 팩토리 구현이라는 목표 아래 30명이 줄지어 일하던 공장은 3명이 셀(cell) 조직을 이뤄 기계 도움을 받아 생산을 끝내는 방식으로 바뀌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스마트 공장, 나아가 인더스트리 4.0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올해 초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을 심각하게 다루고 알파고를 통해 인공지능의 위력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점은 제조업에서 공장자동화 내지 공정혁신이 일어나고 있다지만 정작 제조업이 생산공정과 소비시장 간 연계를 통해 다품종 맞춤생산 방식으로 바뀌었을 때 그 효율성을 감당할 지식근로자가 몇 명이나 되겠는가이다. 대량 일자리 파괴의 영향력은 제대로 예측하기 어렵고 별 대책도 없다. 자동차산업의 스마트 공장화가 가장 앞선 독일에서도 노조가 영향과 대책을 연구 중이다. 다만 대량생산, 흐름생산, 표준생산에 맞춰진 일자리는 위험하고, 성과가 높고 경험 있는 지식근로자는 기계와 조화를 이룰 가능성이 높다. 공장근로자는 없어지고 공정전문가는 살아남을 것이란 말이다.

현재 조선·해운업 중심의 산업구조조정이 예상되고, 이 위기를 넘기더라도 4차 산업혁명에 의한 대규모 구조조정이 다가올 것이다. 따라서 구조조정 이후의 목표를 단지 기업 회생에만 맞춰서는 안 된다. 구조조정이 기업 회생을 약속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금 시작하는 구조조정은 인더스트리 4.0 체제로의 전환과 연계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늘어나는 실업과 일자리 파괴에 대해서는 단기적인 보호대책만이 아니라 지식근로자 육성대책, 스마트 팩토리 확산을 통한 스마트 일자리의 창출 등이 종합적으로 마련돼야 한다.

근로자 보호 대책으로 실업급여 등 사회안전망 강화에 이어 4차 산업혁명 이후 일자리가 매우 제한적일 것이기에 기본소득을 줘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기술의 노예가 아니라 주인으로 살아가기 위해선 실업자들을 지식근로자로 육성하기 위한 대대적이고도 근본적인 투자를 통해 직업훈련 4.0 프로젝트를 시작해야 한다. 이는 강의실이 아닌 현장의 노사 중심으로, 근로시간을 줄이고 훈련시간을 늘리면서, 원청이 하청 근로자에 대한 투자를 통해 상생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실업자나 실업 위기에 놓인 근로자들에게는 지식 마일리지에 대한 대가로 기본소득을 늘려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인더스트리 4.0에 맞는 스마트 공장과 스마트 회사를 만드는 것이다. 이제 중요한 정보는 상사와 통제로부터 오지 않고 소비시장과 네트워크로부터 들어온다. 이를 감당하기 위해선 유연하고 창의적인 노동이 필요하다. 더 이상 일하는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취업규칙과 근로기준을 바꿔야 한다. 아울러 설비와 기계를 최대한 인간친화적인 방향으로 활용하기 위해선 교섭장이 아닌 현장에서 노사가 문제를 우선 해결하는 독일의 작업장평의회(works council)를 벤치마킹해 노사협의회법을 강화해야 한다.

스마트 공장, 스마트 회사, 스마트 노사관계를 구현한다면 그에 따른 비슷한 공장과 회사가 늘어날 것이다. 인더스트리 4.0 시대의 최대 일자리 창출 전략은 작지만 강한 기업들을 많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제 구조조정의 힘든 터널로 들어가지만 단지 헤쳐 나가는 의지를 넘어 터널 밖에 뭐가 있을지 예측하고 준비해야 한다.

이장원 고려대 경영대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