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버스에서 고함지르고 손뼉을 치는가하면, 큰소리로 중얼중얼 혼잣말을 하는 우리 동네 ‘바보 형’을 만난다면, 당신은 손을 내밀어 그의 손을 맞잡을 수 있는지. 동네 바보 형 이야기로 시작하는 이 책은 자폐 아들과 사는 저자의 진솔한 삶의 기록이다.
아들 요섭이를 어린이집에 맡긴 지 한 달이 지났을 무렵 담임선생에게서 전화가 걸려온다. 요섭이가 친구들과 어울리지 않고 종일 구석에만 있는 등 자폐 성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그때가 1997년 봄. 요섭이와 엄마가 이때부터 맞이하는 세상은 무엇 하나 쉬운 게 없다.
초등학교 입학조차 힘겨웠다. “초등학교 입학이라는 과제는 마치 대항할 무기도 없이 사자에게 쫓기는 듯한 절박함으로 다가왔다”고 고백할 정도다. 도움반이 있는 일반 초등학교에 겨우 입학한 뒤에는 세상의 차가운 현실과 마주쳐야 했다. 담임선생은 아들의 이름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고, 교장선생은 교실이 부족하다며 도움반 교실을 양보하라고 짜증스럽게 말했다. 요섭이에게 친구를 만들어주고 싶은 엄마의 간절함과 달리 학부모회 ‘회장 엄마’는 어머니회에 번거롭게 나올 필요 없다고 딱 잘라 말한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절박한 상황들을 겪으며 비로소 사랑에 대해, 이웃과 세상에 대해 조금씩 눈을 떴다고 한다. 이 책은 총 3장으로 구성돼 있다.
첫 장 ‘애벌레의 삶’은 요섭이에 대한 이야기다. ‘애벌레에서 고치로’에서는 가족과 저자 자신의 생각을 묵상글로 담았다. 요섭이를 키우며 긍휼과 공감, 선의의 눈물을 흘리는 자신을 발견하며 저자는 “주여, 두렵더라도 도망치지 않고 그 눈물을 감사히 받아들여 또 다른 눈물 흘리는 이에게 나아가게 하소서”라고 고백한다. 마지막 ‘고치에서 나비로’는 이웃과 세상을 사랑하는 이야기다. 책의 결론은 ‘희망’이다. 어엿한 청년이 된 요섭은 대중교통으로 어디든 혼자 갈 수 있다. 100만원이 조금 넘는 급여명세서를 받는 직장인이다. 고난과 아픔을 겪는 엄마들에게 위로와 힘이 되어주는 책이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
[책과 영성] “자폐 아이 키우며 더 큰 사랑에 눈 떴어요”
입력 2016-06-15 1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