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비방·음모론… 진흙탕에 빠진 신공항

입력 2016-06-15 04:02
14일 오후 부산 남포동 구 미화당 앞 광장에서 열린 범시민 궐기대회에 참가한 2만여명의 부산시민이 신공항 가덕도 유치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 왼쪽). 이에 앞서 5시간여 전에는 권영진 대구시장, 홍준표 경남도지사, 김관용 경북도지사, 김기현 울산시장(왼쪽부터) 등 4개 시·도지사가 경남 밀양시청에 모여 신공항 밀양 유치를 주장하는 공동 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남부권 신공항 입지 선정 결과 발표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가덕도의 부산과 밀양의 대구·경북·경남·울산 간 감정싸움이 극에 달하고 있다. 국민은 안중에 없는 볼썽사나운 이전투구(泥田鬪狗)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극심한 지역이기주의에 ‘국가 균형발전을 위한 남부권 신공항 건설’ 취지가 무색할 정도다. 해법을 내놓아야 할 정치권은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고 있는 양상이다.

급기야 부산에서는 2만여명(주최 측 추산, 경찰 추산 1만5000여명)이 모인 대규모 궐기대회까지 열렸다. 선정 발표를 앞두고 실력행사로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겠다는 뜻이다.

이날 오후 7시30분부터 부산 남포동 구 미화당 앞 광장에서 열린 가덕신공항유치 범시민 궐기대회에는 100여개 사회단체와 시민 등 2만여명이 운집했다. 이들은 결의문을 정부와 청와대, 국회 등에 제출한 뒤 관철되지 않을 경우 끝까지 투쟁하기로 했다. 행사 후 시민단체 대표들은 부산시청에서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이에 앞서 권영진 대구시장, 김관용 경북도지사, 홍준표 경남도지사, 김기현 울산시장 등 4개 시·도 단체장들은 이날 오후 2시 경남 밀양시청에 모여 공동 호소문을 발표했다. 지난달 17일에 이어 두 번째다. 이들은 갈등을 해소하자면서 밀양이 돼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처럼 부산과 4개 시·도가 경쟁적으로 실력 행사와 여론전에 나서는 것은 신공항 입지선정 결과 발표가 임박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24일 이전 입지선정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양측은 확인되지 않은 각종 의혹을 제기하며 비방전에 나서고 있다. 부산시는 이날 성명을 내고 “대구·경북·경남·울산 단체장들이 회동한 것은 신공항을 정치 이슈화하는 것으로 심히 우려된다”고 밝혔다. 4개 시·도도 부산에서 2만여명이 모인 것은 명백히 정부를 압박하려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밀양 내정설, 결과 불복설 등 각종 설과 함께 음모론도 난무하고 있다. 정치권 역시 여야 구분 없이 정치적 입장에 따라 가덕도와 밀양으로 갈려 다투면서 갈등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이에 갈등 봉합을 위해 지금이라도 실력 행사나 비방전을 그만두고 결과를 차분하게 기다려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부산·대구=윤봉학 최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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