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롯데 4개 계열사, ‘로베스트’에 900억 ‘웃돈’ 줬다

입력 2016-06-15 04:02 수정 2016-06-15 09:03

롯데그룹의 지주회사격인 호텔롯데와 롯데미도파, 롯데역사가 신격호(94·사진) 총괄회장의 스위스 특수목적법인(SPC) ‘로베스트’가 소유한 주식을 실제 가치의 2배가 넘는 고가에 사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미 고가 매입 의혹이 제기된 롯데쇼핑(국민일보 6월 14일자 1·5면 참조) 사례를 포함하면 로베스트 쪽으로 흘러간 웃돈은 900억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 비리를 수사하는 검찰은 이날 2차 대규모 압수수색을 벌였다.

호텔롯데와 롯데미도파, 롯데역사는 2010년 5월 20일 한 날에 이사회를 열고 로베스트가 보유한 롯데물산 주식 64만∼152만여주를 주당 3만8982원에 매입키로 각각 의결했다. 취득 목적은 “초고층인 잠실 제2롯데월드 건물사업의 투자 수익을 영위하는 것”으로 공개됐다. 스위스로의 자금 납입은 6일 뒤인 2010년 5월 26일로 결정됐다.

롯데 계열사들이 의결한 매입가 3만8982원은 실제 롯데물산 주가보다 높이 평가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롯데칠성음료가 2009년 말 외부 평가기관의 평가를 거쳐 금융 당국에 보고한 롯데물산 1주의 가격은 1만6443원이었고, 2010년 말에는 1만7175원 수준이었다.

결국 로베스트는 실제 가치보다 750억∼770억원 고평가된 주식을 국내 계열사들에 매도한 셈이다. 롯데쇼핑까지 포함하면 롯데그룹 4개 계열사가 비상장 주식 408만5850주를 장외 취득한 데 투자한 돈은 총 1592억7446만여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롯데 계열사들로부터 로베스트로 건너간 웃돈은 최소 890억원, 최대 920억원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검사 조재빈)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손영배)는 14일 롯데건설, 롯데케미칼, 롯데상사, 롯데칠성음료, 호텔롯데 제주·부여리조트 등 10개 계열사 사옥과 핵심 임원 자택 등 모두 15곳을 압수수색했다. 수사 착수 4일 만에 30여곳을 연쇄 압수수색하며 롯데그룹을 전방위로 압박하는 중이다.

이번에 압수수색을 당한 계열사들은 주식 부당거래와 오너 일가·계열사 간 부동산 등 자산 거래에 관여한 곳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검찰은 계열사 간 부당거래가 체계적·계획적으로 진행됐고, 이를 통한 이득이 결국 신 총괄회장 가족에게 귀속됐다고 의심한다. 검찰 관계자는 “계열사의 모든 자산 거래는 (회장 직속의) 그룹 정책본부가 컨트롤타워”라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의 123층 초고층 빌딩인 제2롯데월드 인허가 및 공사비용 절감 로비 관련 수사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해석도 커진다. 이날 압수수색 대상에 제2롯데월드 시공을 맡고 있는 롯데건설이 포함된 데다 방위사업수사부(부장검사 박찬호) 수사 인력이 현장에 대거 투입됐다. 검찰은 표면적으로 “수사에 착수할 단서를 갖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지만 사실상 공개수사 전환만 남긴 상황이다.

이경원 지호일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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