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오나” 철렁… 글로벌 금융시장 출렁

입력 2016-06-15 04:31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여부를 결정할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23일로 다가오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당초 영국 내 여론 추이는 반대가 우세했지만 최근 이를 뒤집는 설문조사 결과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리스크가 확대되며 국내외 시장의 공포감도 커지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는 3일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고, 유럽 주요 증시도 급락했다. 14일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4거래일 연속 떨어졌다. 안전자산인 엔화 가치가 높아지며 엔·달러 환율은 106엔선이 붕괴됐다. 일본 수출기업의 실적 전망에 ‘빨간불’이 켜지자 일본 정부는 외환시장 개입 가능성도 시사했다. 한국 코스피지수도 4거래일째 하락한 끝에 1970선을 간신히 지켜냈다. 기관과 외국인투자자가 동반 ‘팔자’에 나서 하락을 주도했다.

전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브렉시트 찬성 여론이 53%, 반대는 47%로 나타났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12일 미국 올랜도 총기난사 사건 용의자가 아프가니스탄 이민자 가정의 후손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영국 내 반이민 정서도 확산되고 있다. 브렉시트 찬성론자들이 이민자와의 일자리 경쟁 문제를 거론하며 찬성 여론을 부채질하고 있다.

금융시장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브렉시트가 현실이 되지는 않을 거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2014년 9월 스코틀랜드 독립 투표를 고려하면 영국 내 중도층이 보수적 입장인 잔류 쪽의 손을 들어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하나금융투자 김용구 연구원은 “당시에도 선거 직전까지 독립 여론이 더 높았지만 반대파가 55.3%로 최종 승리했다”며 “이번 투표에서도 경제적 이해관계에 주목하는 중도파들이 탈퇴 반대로 집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브렉시트 공포감이 커지는 데는 영국의 EU 탈퇴가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이 막대하다는 분석 때문이다. 영국은 EU 28개국 중 네 번째로 많은 분담금을 낸다. 영국이 EU에서 빠지면 체코 등 다른 국가들의 추가 탈퇴도 우려된다. 영국을 포함한 유럽계 자금이 신흥국 시장에서 대거 빠져나가면 한국증시 폭락도 불가피해진다. SK증권은 과거 유로존 위기에 비춰보면 코스피지수가 1800포인트 초반까지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더라도 국내외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반박도 나온다. 투표에서 탈퇴가 결정돼도 최종 탈퇴까지는 최소 2년이 필요하다. 다수결 찬성이 필요한 유럽의회 동의, 72% 찬성이 필요한 각료이사회 투표 등의 절차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유안타증권은 최근 브렉시트 우려에도 달러화 강세 현상이 발생하지 않고 있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달러 대신 엔화 강세가 두드러지고 있는데 이는 한국 자동차 업종 등의 수출에는 오히려 매력적이라는 것이다. 하이투자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브렉시트 이후 영국 은행이나 유럽중앙은행(ECB)의 추가 부양 조치로 충격이 상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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