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이폭포는 남이면 구석리 모티마을에서 찾아가는 게 편하다. 자동차를 가져간다면 입구 마을 하천 가에 주차해야 한다. 먼저 봉황천에 놓인 징검다리를 건넌다. 계곡 입구까지는 농로로 이어져 있다. 눈에 담기는 소박한 시골 풍경에 정이 간다.
십이폭포 민박집 옆길로 들어서면 본격적인 폭포 여행이 시작된다. 길옆에 폭포마다 안내판이 붙어 있어 찾기 쉽다.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이 제일폭포다. 폭포라 하기엔 아쉬운 면이 있지만, 바위 사이로 시원하게 흘러내리는 물줄기가 반갑다. 계곡물 소리를 들으며 녹음 우거진 오솔길을 10분쯤 걸으면 두 번째인 장군폭포가 나타난다. 십이폭포 중 유일하게 성봉이 아니라 장군대좌에서 흘러든 물이 폭포를 이룬 곳이다. 이곳부터 일주문폭포, 삼단폭포가 연이어 나타난다.
계곡이 깊어갈 무렵 청아하던 물소리는 우레 같은 굉음으로 변한다. 십이폭포를 대표하는 죽포동천폭포다. 높이 20m에 이를 정도로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을 만큼 웅장하고 수려하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물줄기가 계곡을 휘감아 돌며 숲 속 가득 청량한 기운을 전달한다.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탁 트인다.
죽포동천폭포는 석각으로 유명하다. 바위에 새겨진 글씨는 옛 선인들이 풍류를 즐겼음을 말해준다. 폭포 아래 너럭바위마다 폭포를 우레나 은하수에 빗댄 글씨가 이곳저곳에 음각돼 있다. 폭포 상단 오른쪽 바위에 큼지막하게 ‘竹浦洞天’(죽포동천)이라 새긴 글씨가 있다. ‘죽포’는 파란 대나무처럼 우거진 수목이 맑은 물에 비쳐 수면이 대나무 숲처럼 보인다는 뜻이고, ‘동천’은 맑은 골짜기 안에 있는 별천지를 가리킨다. 글씨는 흐르는 물에 닳고 닳아 지나간 세월을 대변해준다.
왼쪽 등산로를 따라 폭포 위쪽에 올라서면 발아래 기막힌 절경이 펼쳐진다. 다만 발을 헛디디거나 미끄러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여기까지는 가족끼리 손잡고 올라도 될 정도로 길은 완만하고 유순하다. 하지만 12개 폭포를 모두 보고 싶다면 위쪽 등산로를 따라간다. 잠시 곧추세운 길도 곧바로 평평하게 이어진다. 구지소유천폭포, 고래폭포, 명설폭포, 운옥폭포, 거북폭포, 금룡폭포, 산학폭포 등 7개 폭포가 기다린다. 마지막 폭포를 제외하고는 모두 바로 붙어 있다.
금산의 또 다른 피서지 명소는 적벽강(赤壁江)이다. 높이 30m가 넘는 기암절벽 아래 흐르는 금강(錦江)의 또 다른 이름이다. 전북 장수군 장수읍 수분리 뜬봉에서 발원한 금강이 충남 금산군 부리면 수통리에 이르러 붉은 바위산 앞을 지난다.
적벽강의 매력은 원형의 멋과 특유의 아름다움에 있다. 콘크리트 제방이나 댐이 없어 억지 호수가 아니라 백로 한가로이 노니는 자연스러운 강이다. 적벽교에 올라서면 아름다운 강줄기를 한눈에 볼 수 있다. 강변 광장에 나 있는 길을 따라 적벽으로 향하면 붉은 기암괴석을 마주하게 된다. 층암절벽과 좁은 계곡을 굽이굽이 돌아 흐르는 곡류(曲流)에 자리 잡은 절벽이 병풍처럼 펼쳐져 깊은 물길을 이루는 여울과 조화를 이룬다. 다슬기를 줍는 아낙네와 낚시를 즐기는 강태공들이 물길을 접수했다. 물건너 바위에 한가로이 서 있는 백로가 여유로움을 더해 준다.
인근 수통2리는 드라마 ‘대장금’을 촬영했던 곳이다. 장금이가 궁에서 쫓겨나 약초를 공부하던 ‘다재헌’ 세트장이 남아 있다. 당시 드라마 연출을 맡았던 담당 PD가 “이렇게 아름다운 곳은 보기 드물다”고 말할 정도로 극찬했다.
인삼도 빼놓을 수 없다. 국내에서 인삼을 처음 재배했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1500년 전 진악산 아래 남이면 성곡리 ‘개안이 마을’에 홀로 병든 노모(老母)를 모시고 살던 강 처사란 효자가 지극정성 끝에 인삼을 얻어 어머니 병을 고친 뒤 그 열매를 따로 심어 세상에 인삼을 전파했다는 것이다. 그곳이 개삼(開蔘)터다.
금산읍에 사람들로 붐비는 인삼약초시장이 있다. 전국 인삼 유통량의 70∼80%가 모이는 국내 최대 규모다. 거리마다 인삼·약초 가게가 즐비하다.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심신이 좋아진다는 느낌이 든다.
인삼은 약과 음식으로도 쓰인다. 금산 인삼어죽은 소문난 향토음식이다. 금강 맑은 물에서 잡은 피라미 등 잡어를 인삼과 함께 넣고 된장, 고추장, 마늘 양념에 팔팔 끓여내 맛도 있고 몸에도 좋을 듯하다.금산=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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