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슈퍼 잡초’의 습격… 뒷짐 진 당국

입력 2016-06-14 18:15 수정 2016-06-14 21:57
전남 진도 해안에 무성하게 자란 갯줄풀.
인천 강화도 갯벌에서 확산되고 있는 영국갯끈풀.
갯벌과 습지 생태계를 파괴하는 외래 잡초가 서해안과 남해안 일부 지역에 상륙한 것으로 확인됐다. 막강한 번식력으로 토종 식물을 고사시키고 해안 생태계를 사막화시킬 수 있는 국제적으로 악명 높은 잡초다. 학계가 2012년 최초로 인천 강화도에서 발견했고, 정부와 산하 연구기관이 비슷한 시기에 이를 알았지만 지금까지 사실상 방치되고 있었다. 환경부와 해양수산부 등은 오는 7, 8월부터 방제 작업에 돌입하기로 했다. 발견 4년이 지난 시점이다.

환경부는 전남 진도에서 갯줄풀, 강화에서 영국갯끈풀이 발견됐다고 14일 밝혔다. 이들 잡초는 중국에서 해류를 따라 자연적으로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뿌리가 갯벌을 움켜쥐듯 종횡으로 뻗어나가 토양을 단단하게 만든다. 갯벌 생물들이 살 수 없게 돼 철새 같은 동물들도 몰아내버린다. 강력한 번식력과 침입성 때문에 방제가 매우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는 지난해 ‘생태계 위해성 평가’에서 1등급으로 지정했다.

환경부는 두 종을 ‘위해우려종’에서 ‘생태계교란종’으로 전환했다. 위해우려종은 국내에 아직 정착하지 못한 외래 생물이고, 생태계교란종은 국내 기후에 적응해 확산되고 있는 외래 생물로 퇴치 작업을 진행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정부와 학계는 2012년 강화도에서 영국갯끈풀이 번식 중인 사실을 확인했다.

환경부는 두 잡초의 존재를 지난해 4월에야 확인했다고 밝혔으나 실제로는 훨씬 전부터 위험성을 알고 있었다. 지난해 4월 한국잡초학회에 등재된 논문 ‘미기록 외래잡초 영국갯끈풀의 국내 분포와 식물학적 특성’에는 “2012년 강화도 동막 해변에서 분포가 최초로 확인됐다”고 작성돼 있다. 이어 “국내 갯벌 생태계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적극적인 제거 방안 수립과 지속적 관찰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논문은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 연구관이 공동 저자로 돼 있다. 해당 저자에 따르면 논문은 2014년 완성됐지만 학계 내부 사정 등으로 지난해 4월 등재됐다. 환경부는 이 논문을 근거로 지난해 4월 최초 발견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가 뒷짐을 진 사이 두 종은 무서운 속도로 갯벌을 잠식하고 있다. 해양수산부가 지난해 9∼12월 진행한 ‘국가 해양생태계 종합조사 긴급조사’에서는 강화도 영국갯끈풀 넓이는 1만2149㎡, 진도 갯줄풀은 7179㎡로 나타났다. 강화도는 불과 6개월 사이 침투 면적이 배로 늘었다. 산발적인 점 형태로 자라다가 순식간에 합쳐진 뒤 퍼진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환경부는 관련 브리핑을 한 14일까지 진도 5700㎡, 강화 130㎡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해수부와 비슷한 시기에 조사한 결과인데 두 정부부처가 기본적인 현황 자료조차 공유하지 않은 것이다.

‘골든타임’을 놓쳐 전국적인 피해가 발생하고 한 해 수백억∼수천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고도 방제에 실패하고 있는 재선충이나 가시박 등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세종=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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