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비리 수사팀 관계자는 14일 “2개의 죄명으로 4가지 정도 (범죄) 유형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2개의 죄명은 횡령과 배임, 4개 유형은 계열사 간 주식·자금 부당거래와 일감 몰아주기, 부동산 불법 거래 및 이를 통한 비자금 조성 행위를 뜻한다. 각종 내부거래가 결국 신동빈(61) 회장 가족의 이익으로 귀결되는 구조라는 판단이다.
검찰은 이날 롯데그룹 계열사를 2차 압수수색하면서 지난 10일 1차 압수수색 때 제외했던 주요 계열사를 대거 포함시켰다. 압수물 분석 과정에서 계열사 간 자산·부동산 거래 등을 통한 배임·횡령 정황을 추가로 포착했다고 한다.
2차 압수수색 대상인 롯데건설, 롯데칠성음료, 롯데케미칼, 롯데제과, 호텔롯데 등은 모두 부동산 개발사업과 자산관리를 담당하는 롯데자산개발 설립 당시 출자를 한 회사들이다. 검찰은 롯데자산개발 압수수색을 통해 이 회사들 사이에 이뤄진 자산 거래와 부동산 거래에서 범죄로 의심되는 단서를 다수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건설, 롯데칠성음료 등은 2014년 7월쯤 보유 중이던 롯데상사 지분을 헐값으로 롯데쇼핑 등에 매각했다. 계열사끼리 부당한 자산 거래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 대목이다. 롯데칠성음료는 2002년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소유의 충북 충주시 목행동(1만732㎡) 땅을 10억원, 경기 오산시 부산동(2950㎡) 땅을 8억원에 각각 사들였다. 롯데상사는 2008년 8월 29일 신 총괄회장이 갖고 있던 인천시 계양구 토지(166만여㎡)를 당시 공시지가보다 2배 이상 비싼 504억원에 사들이기도 했다.
이날 압수수색 대상에는 호텔롯데의 사업부인 롯데제주리조트와 롯데부여리조트가 들어 있다. 검찰은 호텔롯데가 제주리조트 등을 인수·합병하면서 토지 가치를 부풀리거나 거래가격 과대계상 등 가액을 조작하는 형태로 부당 이득을 취했는지 살펴보고 있다.
코리아세븐과 롯데닷컴, 롯데정보통신 등은 부실계열사인 롯데피에스넷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부실 돌려막기’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회사들은 지난해 7월 1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롯데피에스넷에 몰아줬다. 2013년 말엔 167억원, 2012년 말에도 107억원 가량의 자금을 수혈해줬다. 롯데알미늄은 롯데피에스넷이 현금인출기(ATM) 구매사업을 할 때 ‘끼워넣기’ 형식으로 들어가 40억여원의 부당지원을 받았다.
롯데케미칼 압수수색은 특히 고강도로 진행됐다. 허수영(65) 대표의 집과 사무실도 포함됐다. 이 회사는 1990년 신 회장이 한국 롯데 생활을 처음 시작한 곳으로 현재도 대표를 맡고 있다. 검찰은 해외에서 원료를 사오면서 불필요한 계열사를 포함시켜 가격을 부풀리거나 다른 업체 인수·합병 과정에서 비자금을 조성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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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의 내부거래는 오너 이익으로 귀결
입력 2016-06-14 18:15 수정 2016-06-14 2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