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은 중국을 위해서 날 만드셨어요. 그분은 또한 나를 빠르게 달릴 수 있도록 만드셨지요. 난 달릴 때 하나님의 기쁨을 느껴요.”
1924년 파리올림픽 육상 단거리 금메달리스트인 에릭 리델과 해럴드 에이브라함의 열정 있는 도전을 그린 영화 ‘불의 전차’가 특별한 이유는 신앙과 예술 그리고 재미라는 기독교대중영화의 세 요소를 모두 갖췄기 때문이다. 세상의 영화평론가들로부터 기독교영화들은 작품성이 떨어지는 영화로 취급되기 일쑤였고, 신앙인들조차 기독교영화가 재미없다고 여겼던 시절에 ‘불의 전차’는 1981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한 각본상, 의상상 그리고 음악상 등 무려 4개 부문을 획득했다. ‘벤허’가 1960년 아카데미상 11개 부문을 휩쓴 이후로 가장 대중적인 기독교영화가 탄생한 것이다.
주일예배 드리는 것을 경기에 나가는 것보다 중요하게 생각한 리델의 원칙중심의 신앙생활은 주일성수문제에 대한 논란을 떠나서 관객으로 하여금 하나님 중심의 신앙으로 돌이키게 만드는데 큰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중국선교사로서의 소명을 의식하는 가운데 국가대표 육상선수로서 자신이 하나님께로부터 받은 달란트를 활용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신앙인의 진정한 자유로움이 무엇인지를 일깨워준다.
또한 리델의 라이벌이면서 영화의 또 다른 축을 이루는 에이브라함의 승리를 향한 집념과 노력은 리델과 대칭을 이루면서 매우 견고한 구성력을 갖게 만든다. 유대인이라는 편견을 극복하고 승리를 위해 매진하는 모습은 하나님의 은혜를 누리며 달리는 기독교인 리델의 이야기를 더욱 더 역동적으로 전개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함으로써 관객에게는 높은 몰입도를 선사하는 동시에 작품성을 드높이는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35년 전에 만들어진 영화를 지금에서야 개봉하는 또 다른 의미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1960년 이후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영화 가운데 국내 극장에서 개봉되지 않은 영화는 ‘불의 전차’가 유일하다. 이제는 기독교영화의 고전에 오른 영화를 디지털마스터링 작업을 통해 제대로 된 상영시스템을 갖춘 극장에서 만난다는 것은 분명 한국교회의 발전한 문화의식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아울러 고난을 뚫고 열정적인 인생을 살았던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가 적절한 시점에 개봉된다고 할 수 있다. 헬조선과 흙수저 인생을 이야기하는 오늘날 한국의 청춘들에게 건네는 메시지가 결코 작지 않은 까닭이다.
신앙의 원칙을 지키는 일은 축복의 결과로 나타난다. 자신의 주종목도 아닌데 어떻게 100m 선수가 400m에서 우승할 수 있었는지 사람들은 의심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리델과 함께 경기에 출전하는 옆의 다른 선수들이 리델을 보며 이런 말을 하는 것을 들을 수 있다면 우리는 곧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의 속엔 뭔가 있는 것 같아. 자네나 내가 갖지 못한 뭔가 특별한 것 말야.’ 이 영화는 한국의 신앙인들에게 보내는 분명 남다른 무언가가 있다! 영화 ‘불의 전차’는 16일 개봉한다.
강진구 교수(영화 평론가·고신대 국제문화선교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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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올림픽에 꽃 핀 신앙의 영웅을 만나다”- 영화 ‘불의 전차’를 보고
입력 2016-06-14 2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