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수사, MB정부 유착 뇌관 터트린다… 檢 ‘제2롯데월드 특혜 의혹’ 정조준

입력 2016-06-15 04:02
서울중앙지검이 14일 압수수색을 진행한 서울 동작구 롯데케미칼 본사에서 직원들이 걸어가고 있다. 검찰은 이날 롯데그룹 계열사 등 15곳을 압수수색했다. 윤성호 기자

롯데그룹 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의 시선이 국내 최고층 건물인 ‘제2롯데월드’를 향하고 있다. 숱한 사회적 논란 끝에 2009년 신축이 시작된 제2롯데월드 인허가 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주로 이명박(MB) 정부 관계자들이 롯데그룹의 로비를 받고 편의를 봐줬다는 의혹들이다.

검찰은 “제2롯데월드와 관련해 제기된 의혹에 대한 수사에는 아직 착수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검찰이 전 정부 로비와 관련해 구체적인 정황들이 확인되는 대로 관련 수사에 착수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MB, 신격호 회장 숙원사업 해결

제2롯데월드 건축은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 평생의 숙원사업이었다. 롯데는 1995년부터 서울 송파구 부지에 초대형 건물을 짓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나 인근 서울공항의 비행 안전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공군이 강력히 반대해 사업추진은 10년이 넘도록 지지부진했다.

상황은 2007년 이 전 대통령 당선 이후 급변한다. 2008년 4월 이 전 대통령은 “제2롯데월드 문제를 해결하도록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군은 서울공항 활주로를 3도 틀고 비행 안전시설 지원 비용을 롯데가 전액 부담하는 조건으로 제2롯데월드 건설에 찬성했다.

군의 극적인 입장 변화는 2009년 2월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제2롯데월드 신축 관련 공청회’ 자료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당시 토론자로 참석한 예비역 군인과 민간인 조종사 등은 “롯데월드 건축으로 비행 환경이 위협받고 국가 안보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공군 관계자는 “국가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군이 작은 불편을 감수하지 못한 채 고용창출 등 경제 활성화의 기회를 가로막고 있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민간인이 안보를 강조하고, 군이 경제를 걱정하는 이상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제2롯데월드의 ‘특혜’는 이뿐이 아니다. 용적률과 건폐율도 상향 조정돼 당초 지상 112층짜리가 지상 123층·지하 6층짜리로 변경됐다.

대통령 친구 앞세워 로비?

롯데그룹이 제2롯데월드 사업을 성사시키자 ‘롯데그룹이 청와대·정부·서울시 관계자를 대상으로 전방위 로비를 벌였고, 정권 실세들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말이 돌았다.

이와 관련, 장경작 전 호텔롯데 사장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이 전 대통령과 고려대 경영학과 61학번 동기로 잘 알려진 그는 2005년 호텔롯데 대표로 선임돼 2010년까지 호텔롯데를 이끌었다. 2008년 2월에는 면세점, 롯데월드 등을 총괄하는 직위에 올랐다. 장 전 사장이 들어온 뒤 롯데그룹은 숙원사업인 제2롯데월드 건축허가를 비롯해 면세점 인수, 맥주사업 허가 등 승승장구했다. 이때마다 롯데그룹이 정권 실세들과 동문인 장 전 사장을 앞세워 각종 특혜를 얻어낸 것 아니냐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롯데물산이 활주로 공사 관련 로비를 위해 전투기 부품정비업체 B사 회장으로 근무하던 공군 출신 천모(69)씨에게 10여억원을 건넸다는 의혹도 주목받고 있다. 롯데물산은 2011년 천씨에게 활주로 공사와 관련한 컨설팅을 맡기고 돈을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천씨에게 맡긴 돈이 활주로 공사비 절감을 위한 로비 명목 등으로 공군 관계자들에게 건네졌는지 의심하고 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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