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씨는 점심 식사 후 ‘스페셜티 커피’를 즐겨 마신다. 스페셜티 가격은 일반 커피보다 1.5배 높다. 하지만 커피를 추출하는 과정을 눈앞에서 볼 수 있고 신선한 원두의 깔끔한 맛을 즐길 수 있어 기꺼이 돈을 지불한다. 불황에도 이러한 고급 커피 전문점들이 서울 강남이나 광화문 등 직장인들이 많은 곳에 경쟁적으로 들어서고 있다.
커피업계 관계자는 14일 “쉽게 타 먹는 인스턴트 커피에서 스타벅스 등 유명 커피 전문점의 원두커피로 바뀌었던 커피 시장 트렌드가 최근에는 고급 원두를 쓰는 스페셜티 커피로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스페셜티 커피는 ‘미국스페셜티커피협회(SCAA)’ 분류 기준에 따라 재배부터 수확, 신선도, 수분율 등에서 모두 80점 이상을 받은 상위 10%의 고급 원두를 사용한 커피를 뜻한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된 480억 달러(약 56조3000억원) 규모 커피 품목 중 55%는 스페셜티 커피가 차지할 정도로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스페셜티 매장 경쟁이 치열하다. 미국 3대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에 속하는 ‘인텔리젠시아’와 ‘스텀프 타운’도 최근 국내에 매장을 열었다. 인텔리젠시아 원두를 사용하는 커피전문점인 ‘이스팀’은 현대백화점 판교점과 목동점 등에 이어 최근에는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송도점에도 매장을 오픈했다. 매장 한쪽에 마련된 커피 바에서 커피 전문가들이 소비자 취향에 맞춰 커피를 직접 내려준다. 스텀프 커피도 현대백화점 압구정점 등에 입점돼 있다.
기존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들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을 론칭해 지난 4월 기준 51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할리스커피는 스페셜티 커피 대중화를 위해 ‘할리스 커피클럽’이라는 브랜드를 선보이며 4호점까지 문을 열었다. 엔제리너스커피도 스페셜티 커피 매장을 이달까지 9개 운영할 계획이고, SPC그룹은 아예 스페셜티 전문 브랜드인 ‘커피앤웍스’를 운영 중이다. 탐앤탐스는 스페셜티 커피에 고급 디저트를 더한 ‘탐앤탐스 블랙’을 점차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스페셜티 커피 가격은 일반 커피에 비해 비싸다.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에서 판매하는 커피는 한 잔당 6000∼7000원대로 일반 커피에 비해 약 1.5배 높다. 최대 1만2000원인 커피도 있다. 원두 본연의 맛과 개성을 살리기 위해서는 기계 대신 직접 손으로 커피를 추출해야 하기 때문에 매장마다 전문 바리스타나 큐그레이더가 상주해 있다. 큐그레이더는 커피 품질에 따라 등급을 정하는 전문가를 뜻한다. 추출 과정을 공개하며 직접 고객과 커피 취향을 이야기한다.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커피를 만드는 문화까지 소비토록 하기 때문에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커피 시장이 포화에 달했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소비자들의 입맛이 고급화되며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 등이 새로운 커피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
[기획] 한 잔 1만2000원도… 식지 않는 커피 열풍
입력 2016-06-15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