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위기 조선업계 ‘너무 다른 노조들’

입력 2016-06-15 04:35

조선업계의 경영난이 심화되는 가운데 업계 내의 두 회사 노동조합이 서로 다른 행보를 보여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사상 최악의 위기에서도 파업을 포함한 쟁의행위를 결의해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반면 과거 극심한 홍역을 치른 한진중공업 노조는 임금 및 단체협상을 회사에 위임해 위기 극복에 적극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13일부터 이틀간 조합원 6980명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한 결과 85%의 동의로 찬성안이 가결됐다고 14일 밝혔다. 노조는 다만 “쟁의행위가 가결됐다고 해서 바로 파업에 돌입하는 것은 아니다”며 “회사와 채권단이 노조가 제안한 3자 협의체계를 구성한다면 파국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자구계획 중에서 특수선 사업 분야 분할에 특히 반대하고 있다. 노조는 특수선 분야 분할이 대우조선해양을 해외에 매각하기 위한 첫 단추라고 보고 있다. 채권단이 대우조선해양을 매각하려고 해도 방산 부문인 특수선사업부 때문에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파업까지 염두에 둔 쟁의행위 카드를 쥐고 특수선 사업 분야 분할을 막겠다는 게 노조 측 계획이다. 아울러 임단협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향후 구조조정 과정에서도 노조원들의 피해를 최대한 막아보자는 취지로 풀이된다. 노조는 또 상시구조조정으로 4년 내에 2000여명을 줄이겠다는 사측의 방침에 대해서도 반발하고 있다. 채권단은 노조가 파업에 들어갈 경우 지원을 중단하겠다며 압박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17일 임단협 쟁의발생을 결의할 예정이다.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는 고용보장 조건의 임금동결안을 제안했지만 회사는 인력 감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어서 양측 간 마찰이 예상된다.

이와는 다르게 한진중공업의 대표 노조는 “경기악화와 조선업 불황으로 말미암은 경영위기를 노사가 합심해 극복하자는 의미에서 올해 임단협을 회사에 전부 위임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채권단도 우리의 마음을 헤아려 정상화를 위한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주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 회사 노조의 임단협 위임은 1937년 한진중공업이 설립된 이후 79년 만에 처음이다.

한진중공업 노조는 2012년 기업별 노조로 출범한 이후 5년 연속 무파업 기록을 이어오고 있다. 2013년 회사 살리기 운동을 전개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조선업종 노조연대의 공동파업 때 “조선업종 불황은 파업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며 불참했다.

한진중공업 노조는 2010년 회사의 대규모 정리해고 방침에 맞서 1년 가까이 총파업에 나섰다가 공멸 위기를 겪은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잘못된 파업으로 노사가 함께 어려움에 빠졌던 상황을 뼈저리게 느낀 한진중공업 노조가 대승적 결단을 내린 것”이라며 “다른 회사 노조들은 여전히 냉혹한 현실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철없는 노조’로 낙인이 찍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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