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립발레단이 처음으로 선보인 코믹 발레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큰 인기를 모았다. 존 크랑코의 뛰어난 안무와 무용수들의 열연 덕분이다. 셰익스피어의 동명 희곡이 원작으로, 말괄량이 큰딸 카테리나와 얌전한 둘째딸 비앙카 자매의 결혼 소동을 다뤘다.
카테리나는 ‘오네긴’의 타티아나, ‘까멜리아 레이디’의 마그리트와 함께 강수진 국립발레단장의 대표 역할로도 유명하다. 지난해에 이어 오는 23∼26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공연에서도 수석무용수 김지영과 이은원, 그랑솔리스트 신승원이 2년 연속 카테리나로 낙점받았다. 특히 신승원은 지난해 강 단장을 연상시킨다는 평가를 받으며 주목을 받았다. 가무잡잡한 피부색과 얼굴을 일그러뜨릴 정도의 코믹한 연기가 비슷해 보였던 것이다.
1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그는 “강 단장님은 발레를 시작할 때부터 롤모델이었다. 단장님의 대표 역할을 연기한 데다 큰 칭찬을 받아서 개인적으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으로 2009년 국립발레단에 입단한 신승원은 빈틈없는 테크닉과 빼어난 연기력으로 일찌감치 주목받았다. 입단 이듬해 ‘코펠리아’와 ‘호두까기 인형’에서 주역을 맡은 이후 지금까지 여러 작품에서 종횡무진하고 있다. 그는 “강 단장님은 무용수를 캐스팅할 때 직급보다 작품 캐릭터에 어울리는지를 우선시한다. 그래서 내가 최근에 좀 더 다양한 역할을 소화할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밝혔다.
그가 콤플렉스로 여기는 것은 163㎝의 아담한 키다. 요즘 국립발레단 여자 무용수들의 평균 신장이 170㎝에 육박하는 것을 감안하면 다소 작은 편이다. 그래서 그는 무대 위에서 동작을 크게 해 표현의 임팩트를 강하게 하는 등 단점을 감추기 위한 연구를 많이 한다. 그는 “사실 키가 작다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작품 분석을 철저하게 하고 연기력을 키운 면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지난해 ‘말괄량이 길들이기’에서 그는 천방지축에 고집불통인 카테리나에 완전히 감정이입됐다. 걸음걸이와 자세, 표정 등 세세한 부분까지 카테리나 그 자체였다.
그는 “세계적인 발레리나 가운데 영국 로열발레단 수석무용수였던 알리나 코조가루, 러시아 볼쇼이발레단 수석무용수였던 니나 캅초바도 160㎝ 안팎의 작은 키였지만 역할에 구애받지 않았다. 나 역시 그런 무용수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인터뷰] 국립발레단 ‘말괄량이 길들이기’ 주역 신승원 “철저한 작품분석·연기력으로 단신 단점 극복”
입력 2016-06-14 2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