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나흘 만에 다시 10여곳 압수수색 왜… 롯데그룹 조직적 증거 인멸 분위기 감지

입력 2016-06-14 18:15 수정 2016-06-14 18:45

검찰이 지난 10일 이후 불과 나흘 만에 다시 롯데그룹 계열사들의 2차 압수수색에 착수한 것은 그룹 차원의 조직적인 증거인멸 분위기를 감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14일 “계열사 5∼6곳에서 증거인멸이 있었다”며 “대표이사 임원들의 금고나 서랍이 완전히 텅 빈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번 수사에서 롯데그룹 임직원들이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를 떼어 자택이나 물류창고에 은닉했다가 적발되는 등 다양한 증거인멸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앞서 신영자(74) 롯데복지재단 이사장이 연루된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수사 과정에서도 조직적인 증거인멸이 발견됐다. 검찰은 각 계열사 경영진의 수사 대비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내부 자산거래를 통한 부외자금 형성 의혹을 명확하게 입증하기 위해서는 앞서 압수수색한 계열사 6곳 이외의 추가 압수수색이 불가피했을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롯데그룹은 해외 설립 특수목적법인(SPC)을 포함해 계열사 다수가 부동산과 주식 등 다양한 자산을 활발하게 거래해 왔다. 검찰 관계자는 “단서가 나와서 추가 압수수색에 들어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수사 장기화를 피하려는 검찰의 속전속결 의지도 투영돼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 일부 정치권과 재계는 포스코 비리 수사가 8개월여 진행되자 “기업 활동이 위축된다” “연중 수사한다”는 비판을 거듭해 왔다. 검찰 관계자는 “영장을 제시하고 자료를 제출해 달라는 취지의 제한적 압수수색이었다”며 “관계자를 소환해 자료를 요구할 수도 있겠지만, 회사 의사결정 구조에 따라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이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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